탄호이저·투란도트…오페라 대작들 잇따라 무대로

국립오페라단 45년만에 '탄호이저' 공연
17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솔오페라단 19일까지 제피릴리판 '투란도트'

오페라 대작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국립오페라단이 중간 휴식을 포함한 공연 시간만 4시간이 넘는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대작 오페라 '탄호이저'를 45년 만에 공연하고 솔오페라단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인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투란도트'를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17~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탄호이저를 공연한다. 탄호이저는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도 1979년 중압국립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이후 처음으로 전막 공연을 한다. 1979년 당시 한국어로 번역해 공연했고 원어 전막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호이저는 바그너가 작곡은 물론 대본까지 직접 쓴 작품이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에 실제로 있었던 노래 경연대회를 소재로 한다.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간의 갈등, 예술가의 고뇌를 담고 있다. 바그너가 '낭만적인 오페라'라는 부제도 붙이고 꾸준히 개작하면서 애정을 나타낸 작품이다. 음악과 극이 유기적으로 튼튼하게 얽혀있고, 바그너가 아리아-레치타티보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오페라 형식에서 탈피해 무한선율이라는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예고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바그너 오페라 중 의미가 큰 작품으로 평가된다.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의 필립 오갱 지휘자(왼쪽)와 요나 김 연출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의 필립 오갱 지휘자(왼쪽)와 요나 김 연출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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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의 또 다른 '로엔그린'을 공연할 때 지휘를 맡았던 필립 오갱이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는다. 오갱 지휘자는 "바그너 오페라는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다"며 "힘을 잘 비축해서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탄호이저를 소개했다. 그는 "긴 공연시간에도 재단사가 된듯 음표 하나, 텍스트 하나 빠트리지 않고, 특히 탄호이저라는 인물에 집중해서 지휘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연출은 독일 최고 권위의 극예술상인 '파우스트상'에 2010, 2020년 두 차례 후보에 오른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이 맡는다. 요나 김 연출은 2015년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이후 두 번째로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한다.

요나 김은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일주일간 공연해 주목받았다. 니벨룽의 반지는 중간 휴식 시간까지 포함하면 총 공연 시간이 17시간이 넘는 작품으로 보통 4일에 걸쳐 공연된다. 오갱 지휘자도 베이징 국제 음악제에서 중국 최초로 니벨룽의 반지 전막을 연주해 주목받았다.


솔 오페라단은 오는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공연한다. 투란도트는 탄호이저와 달리 매년 공연이 이뤄질 정도로 자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만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겸 무대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의 투란도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피렐리가 연출한 투란도트는 1984년 이틸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고 198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메트 무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잡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제피렐리의 투란도트는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메가박스가 2020~2021년 클래식 소사이어티를 통해 뉴욕 메트의 투란도트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상영했다. 당시 영상으로 확인한 화려하고 압도적인 무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만큼 제작진 규모도 압도적이다. 솔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원만 80여 명이고 무대에 오르는 인원은 약 500여명, 제작진 스태프를 포함할 경우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인원은 1000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제피렐리판 투란도트를 2010년부터 꾸준히 공연하고 있는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올 예정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이다. 투란도트는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의 개막작으로도 공연됐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 감독,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  [사진 제공= 솔오페라단]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 감독,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 [사진 제공= 솔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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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메트에서는 지금도 2년마다 투란도트를 공연하며 베로다에서도 굉장히 자주 무대에 오른다"며 "다른 투란도트 공연을 올리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해 제피렐리의 투란도트를 계속 공연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제피렐리가 연출한 투란도트는 차별화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트레스피디는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를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아주 매력적으로 느끼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트레스피디는 제필레리가 자신의 삶을 바꿔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 분이라며 개인적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베로나에서 제피렐리를 만나면서 변호사에서 연출가로 직업을 바꿨다"며 "제피렐리의 작품을 계속해서 소개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아주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레나 디 베로나의 작품이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 베로나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전공한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이번 공연을 성사시켰다. 이 단장은 "(유학 시절) 가까이에서 베로나에서 공연을 지켜봤다"며 "(오랫동안) 한국에서 공연한다면 너무 좋겠다라는 꿈과 열망을 갖고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투란도트 공연에는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 투란도트 공연에서 주인공 투란도트로 발탁된 소프라노 전여진이 참여한다. 전여진은 올해 6월 투란도트 역으로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당시의 아쉬움을 털어내려 한다.


올해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수교를 맺은 지 140주년 되는 해로 주한이탈리아 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이번 공연을 후원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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