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를 받기 위해 아첨하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에서 나온 세금공약들은 뻔뻔스러움에 대한 새 기준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을 막론하고 나온 가장 순수한 예시는 바로 팁에 대한 소득세를 면제하겠다는 계획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이 아이디어를 내놨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이에 동조했다. 두 후보 모두 팁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 5%에 달하는(전국 평균은 2%) 격전지 네바다주에서 연설했을 때 이러한 공약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네바다주에서 불과 3만4000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호스피탈리티(호텔·레스토랑·관광 등 서비스업) 근로자 35만명의 지지를 얼마나 얻어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선거를 둘러싼 계산을 제쳐두고 일단 이 아이디어는 말이 안 된다. 팁을 받는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저임금 근로자에 해당한다. 즉, 대다수는 국세청 납세 의무기준치를 밑도는 소득으로 인해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전혀 받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기존의 팁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이고 정규화된 급여 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부 업계 리더들로부터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근로자들의 실제 총급여를 낮추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근로자와 고용주가 임금에서 팁을 재분류하도록 유도하는 왜곡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연방 예산에 큰 구멍을 낼 가능성도 있다.
팁 면세에 따른 세수 손실은 서비스 저하, 다른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증세, 재정적자 증가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팁 면세에 따른 추산 비용인 연간 100억달러는 두 후보의 다른 세금 관련 공약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모호하게 설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목록은 사실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소셜시큐리티(노령연금), 초과 노동에 대한 면세까지 언급했다. 이로 인한 비용만 향후 10년간 수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 말 만료되는 2017년의 감세 법안을 영구화할 경우 추산되는 4조달러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15%로 낮추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한 막대한 세수 손실을 최대 20%인 보편적 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외국인들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이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관세는 무역전쟁, 미국인들의 소비자물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더 나아가 경제위축 및 일자리 감소 가능성까지 뜻한다. 즉, 재앙의 레시피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감세안은 재정건전성의 모범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의 안 또한 문제가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녀 세액공제를 비롯한 보조금을 확대하고,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을 위한 계약금을 지원하고, 연 소득 40만달러 미만인 가구를 대상으로 세금 감면 및 일자리 정책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또한 외국인이 아닌, 미국 상위 3%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재정을 충당할 것이라고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공약대로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고 연 소득 100만달러 이상의 부유층의 세금을 인상한다고 해도, 여전히 필요한 재정에 수조 달러 이상 못 미친다.
현재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 중이다. 경제는 완전 고용상태에서 지속 성장하고 있다. 공공부채를 통제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필수적인 공공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지출 축소, 더 광범위한 추가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대선 후보도 이러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지 않다.
유권자들은 다가오는 선택에 대해 정직하게 알 권리가 있다. 비록 그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그들의 공약이 초래할 실제 비용에 속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LP 창업자 겸 대주주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is Election Marks a New Low for Fiscal Fakery’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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