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이해 한국 사회에서 문해력 논란이 다시 한 번 뜨겁게 일고 있다. 특히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텍스트 속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논리적 사고를 전개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문해력 저하는 학생들의 학습 능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 전반의 문제 해결력과 의사소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의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려 90% 이상의 교원들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저하되었다고 답변했다. 과거에는 해당 학년 수준에 맞춘 교과서를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요즘 학생들 중 상당수가 기본적인 교과서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교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학급에서 20% 이상의 학생들이 교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는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교사들이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데 할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해력 저하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맞물려 나타난다. 예를 들어, 교사들은 학생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사례들을 종종 목격한다. ‘금일’을 ‘금요일’로 오해하거나, ‘족보’를 ‘족발 보쌈 세트’로 이해하는 등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례들은 학생들이 어휘력 자체는 부족하지 않을지라도, 한자어와 같은 특정한 어휘군에 대한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디지털 매체와 스마트 기기의 확산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종이책을 통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 학생들은 텍스트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책을 넘기고 사전을 찾아보는 대신, 검색을 통해 즉각적으로 답을 얻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텍스트를 깊이 이해하고 맥락을 고려하며 사고하는 과정 자체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나 쇼트폼 영상의 유행은 시청자들이 짧고 간결한 정보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텍스트보다는 영상이 더 직관적이고 시각적으로 흥미롭기 때문에 학생들이 점점 더 긴 글을 읽고 의미를 추론하거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며 사고하는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시험 문제나 교과서를 읽을 때도 텍스트의 앞뒤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표면적인 내용만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문해력 논란의 핵심에는 어휘력과 문해력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휘력은 특정 단어의 의미를 아는 능력을 말하지만, 문해력은 단어의 의미를 넘어서 문장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고, 글의 주제와 논리를 이해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따라서 단순히 어려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한자어는 과거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대 학생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반드시 그들의 문해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시발점’이라는 단어는 한자를 포함한 복합어로서 과거에는 자주 사용되었지만, 요즘은 구어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문해력이 낮다고 평가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분석일 수 있다.
문해력 저하 문제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성인들도 문해력 부족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성인 문해력 조사에 따르면, 약 3.3%의 성인들이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문해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학교 1~3학년 수준의 문해력이 필요한 성인들은 8.1%에 이른다. 이처럼 기본적인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성인들의 수는 결코 적지 않으며, 이는 곧 직장에서의 의사소통 문제, 금융 및 법률 문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성인 문해력 저하의 원인 중 하나는 어릴 때부터 독서나 텍스트를 통한 학습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에 충분한 독서 경험을 쌓지 못한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더 이상 독서를 하지 않거나, 텍스트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면서 문해력이 자연스럽게 저하되는 것이다. 성인들 중 약 60%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부각시킨다.
문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휘력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한국어의 약 70%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문해력 저하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의 학생들은 한자 교육을 거의 받지 않으며, 대신 영어를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 결과, 한자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텍스트 전반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사건의 시발점’이라는 표현은 과거에는 자주 사용되었으나, 오늘날 학생들에게는 거의 낯선 표현이 되었다. 이런 단어들이 교과서나 신문에서 사용될 때, 학생들은 해당 단어의 의미를 추론하지 못하고 전체 문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한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이러한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젊은 세대는 자신들만의 언어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들의 언어는 줄임말, 신조어, 그리고 외래어의 혼합을 통해 만들어지며, 이는 기성세대와의 문해력 차이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 있게)’과 같은 표현은 젊은 층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고 생소한 표현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언어적 소통이 어려워지며, 서로의 문해력을 의심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세대 간 언어 사용의 차이는 단순히 어휘력 부족으로 볼 수 없으며, 세대별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신조어와 줄임말을 기성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기성세대가 사용하는 한자어나 전통적 표현들을 젊은 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독서이다. 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들의 30% 이상이 독서 활동을 문해력 향상을 위한 최우선 방법으로 꼽았다. 독서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을 넘어서,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추론하며,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성인들의 독서율이 낮은 것은 문해력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성인의 약 60%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는 성인들의 문해력 향상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작용한다. 성인들이 스스로 독서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자녀들 역시 자연스럽게 독서와 멀어지게 된다. 이는 문해력 저하가 세대 간에 걸쳐 반복되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서 문해력은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의 문해력은 종이책을 중심으로 한 텍스트 이해에 집중되었다면,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디지털 문해력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능력을 넘어서,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득하며,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능력으로, 특히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한글은 그 자체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어의 발음을 한글로 쉽게 표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언어의 표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한글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에서 한국어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고, 이를 통해 한글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외래어와 한자어의 혼용이 여전히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언어 혼용은 문해력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이름이나 상점 간판에서 영어 단어가 남용되는 현상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또한, 행정 용어에서도 외국어가 많이 사용되며, 이는 국민들이 정부 문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 수 있다.
문해력 문제는 단순히 교육적 차원에서의 논란을 넘어서, 현대 사회의 중요한 도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문해력 저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학습 능력과 직장 내 의사소통, 사회적 문제 해결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독서 습관을 장려하고, 어휘 교육을 강화하며, 디지털 매체 의존도를 낮추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하며, 외래어와 한자어의 남용을 줄이고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이러한 노력이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며, 문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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