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공개 행보 자제를 요구하며 김건희 여사를 압박하고 있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탈표를 최소화하고, 향후 있을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에서 의제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칫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방어하며 감싸는 모양새를 보일 경우 계속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뺏겨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 대표는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여권의 대응 방식과 관련해 "이대로라면 특검을 막기 어렵다"는 견해를 최근 친한계 인사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지난 9일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연 이후 기자들에게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10일 인천 강화문화원에서도 기자들에게 "당초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그것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방어하다 여당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할 가능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수로 해석된다. 야당이 김 여사 의혹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도 필요하지 않은 상설특검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데다 김 여사 의혹이 커지며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한 대표의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보궐 선거 이후 한 대표와 독대하겠다고 한 만큼 김 여사의 행보 자제 등을 의제로 띄워 의정갈등과 관련한 태도 변화 등 정책·정치적으로 얻을 것은 얻어내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의 거듭된 특검 발의, 상설특검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당내 결집이 필요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친한계 의원 20여명과 만찬을 하며 세력을 보인 한 대표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김 여사 공격이 도를 넘었다며 여권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가 야당의 '악마화 프레임' 희생물이 될 만큼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한 대표를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한 대표의 발언들과 관련해 "이런 식의 접근은 결국은 보수 분열의 단초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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