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83만→89만원…3.2조 투입(종합)

11일 이사회 열고 가격·취득주식수 상향
MBK·영풍 진영 상대 경영권 수성 위한 승부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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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동시에 올리며 ‘경영권 수성’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이미 밝힌 만큼 고려아연 측의 이번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경영권 유지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이르면 다음 주 후반 예정된 MBK 측의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현재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리고 취득예정 주식 수도 발행주식총수의 17.5%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공개매수를 통한 자금 부담도 2조6634억원에서 3조2245억원까지 늘어난다.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물량이 상향됐지만 매수 기간은 기존대로 4일에서 23일로 유지된다. 이날은 고려아연 측이 진행 중인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매수가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인 베인캐피탈 물량까지 포함하면 공개매수 매입 주식은 기존 18%에서 최대 20%인 414만 657주까지 확대된다. 최소 매입수량 조건 없이 매수를 진행하겠다는 기준은 기존과 동일하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주관 증권사를 기존 미래에셋증권에 더해 KB증권도 추가했다.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 가격과 최대 매입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 등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가격 조정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시행되는 것으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매수가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개매수 기간, 세금 면에서 MBK 측보다 불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를 매입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하는 개인투자자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 경우 양도 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세가 원천징수 되지만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9.5%까지 세율이 올라간다. MBK·영풍 공개매수에 참여할 경우 22%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된다.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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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공개매수를 먼저 끝내는 MBK 측 공개매수에 얼마나 많은 청약 물량이 몰리느냐다. MBK·영풍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오는 14일 종료된다. 당초 설정했던 최소 매입 물량인 144만5036주(지분 6.98%)를 확보하는 것이 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더이상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상향 발표 이후 주가는 오전 10시22분 기준 77만6000원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 흐름과 세율을 감안해 투자자들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도 마지막까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풍이 지난 4일 제기한 가처분은 오는 18일 심문기일을 거친 후 21일쯤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측은 "이미 서울중앙지법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하는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가처분도 기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시했다.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지난 7일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 인상을 결정했지만 공개 시점을 이날로 미뤘다. 앞서 MBK·영풍 연합이 영풍정밀 매수가를 3만원으로 인상하며 양측 공개매수가가 동일해지자, 제리코 공개매수가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데, MBK 측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 고려아연 지분 1.85%까지 합쳐 사실상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으로선 매수가를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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