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리퍼브 상품을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소형 매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대형 리퍼브 매장도 증가하는 추세다.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복합쇼핑몰 리퍼브 매장에서 만난 오영미씨(34)는 "신혼집이 전세이기도 하고, 요즘 물가가 높다 보니 소파는 저렴한 가격에 사자고 남편과 이야기했다"며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아온 곳인데, 겉으로 봤을 땐 상품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온 김에 접시랑 디퓨저도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퍼브는 '새로 꾸민다'는 뜻의 'refurbish'의 줄임 말로 이월 상품, 매장 전시품, 제조 과정에서 흠집이 난 제품 등 하자가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물건을 말한다.
실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커뮤니티에서는 리퍼브 매장 할인 행사, 상품 구매 후기 등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평소 리퍼브 상품을 애용한다는 임모씨(27)는 "남들이 보기엔 새 상품과 전혀 차이가 없는 상품을 반값에 구매할 수 있어 리퍼브 매장을 찾아다닌다"며 "다만 상품 가짓수가 얼마 없고 누가 봐도 괜찮은 물건은 일찍 빠지기 때문에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고 전했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리퍼브 매장(올랜드&올소·그리니·두원·줌마켓)의 올해 1~9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20%가량 증가했다. 2022년 5월 처음 문을 연 롯데마트 리퍼브 매장은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500%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20% 가까이 올랐다. 전체 매장 수는 2022년 8개, 2023년 24개, 2024년 17개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으나 대형 매장이 늘면서 전체 매출은 오히려 올랐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리퍼브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중장년층과 비교해 소비 과정에서 실리적,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관이 중요한 액세서리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노트북이나 카메라처럼 기능이 중요한 상품은 외관에 작은 흠집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리퍼브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경기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젊은 층이 가성비 있는 상품을 찾아갈 확률이 높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리퍼브 상품과 관련한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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