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집중 추궁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시한폭탄이 됐는데도 국감에서 외면받는 문제가 있다. 사람이 사는 집이냐, 손님을 받는 여관이냐. 이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국에 10만 가구가 훌쩍 넘는 생숙은 내년 1월부터 불법시설이 되게 생겼다. 국토부가 생숙에 매기겠다고 한 벌금 유예기간이 올해 말에 끝난다. 거주자들은 곧 ‘생숙 대란’이 닥칠거라며 아우성친다. 그런데도 올해 국토부 국감은 생숙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 관저와 양평고속도로 같은 김건희 여사 의혹이 국감 전체를 집어삼켰다.
알고 보면 생숙 논란은 4년 전 국토부 국감의 조응천 전 의원 발언에서 시작됐다. "생숙은 아파트와 구분도 못 할 만큼 비슷한 구조다. 그런데도 청약통장 없이 분양받고, 대출 규제도 없고, 주택 수에 포함도 안 돼서 제재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뜨끔했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바로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 못 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생숙 거주자들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려면 세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해마다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낸다’ ‘건물에 리넨실까지 만들어 숙박업 신고를 하고 여관에서 산다’ ‘없던 주차장을 새로 짓고 지구단위계획 변경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 오피스텔로 바꾼다’. 뭘 선택해도 앞이 깜깜하기는 마찬가지다.
생숙이 특권이라는 조 전 의원의 지적도, 용도에 맞게 바로 잡겠다는 정부 입장도 원칙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거주자들도 할 말이 있다. 애초 생숙은 정부가 신경도 안 썼던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 그래서 시행사와 건설사들도 생숙을 아파트처럼 홍보해서 팔 수 있었다. "처음부터 정부가 생숙에 전입신고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면 사지도, 살지도 않았을 텐데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어쩌라는 말이냐"가 이들의 이야기다.
생숙 대란이 전세 위기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경기도 수원의 생숙은 대부분 임대용이다. 수원시생숙협회는 건물당 35~50가구씩 사는 생숙이 수원에만 140여곳이라고 했다. 허가받고 시작한 임대업이 갑자기 불법이 되고,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방을 빼겠다고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건물마다 임차인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10억~20억원은 될 텐데 이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생숙은 건설사 자금난도 부추기고 있다. 벌금을 내게 된 생숙 수분양자들은 전국에서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취소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이로 인해 시행사는 잔금을 회수 못하고, 시공사도 공사대금을 못 받는 형편이다.
거주자들의 요구는 생숙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준주택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미 어렵게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한 몇몇 생숙도 있어서 불공평하다"며 선을 그었다. 법도, 형평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생숙은 국민의 주거 보호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할 사안이다.
지난 7일 국토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과 장관이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두고 한창 열을 올릴 때, 국감 유튜브 생중계 댓글창에는 ‘국회와 정부는 생숙사태를 해결하고 거주자에게 주거와 숙박 선택권을 달라’는 절박한 호소가 올라왔다. 4년 전 생숙 문제를 시한폭탄으로 만든 이들도, 올해가 가기 전에 폭탄이 터지는 걸 막아야 하는 이들도 국감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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