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AI 대부’에게 노벨상 영예를 안긴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의 주인공도 역시 AI였다. AI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가 AI 학습의 근간인 딥러닝 개념을 처음 고안한 석학이지만, 동시에 AI가 향후 인간 사회를 통제하는 ‘킬러 로봇’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아시아경제는 AI를 둘러싼 ‘두머(파멸론자) 대 부머(개발론자)’ 대립이 한창 뜨거웠던 지난해 12월, 총 8차례의 메일에 걸쳐 힌턴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힌턴 교수는 AI가 언제쯤 인류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르면 5년, 늦어도 20년 내"라고 답했다. 그는 이 기간 AI의 추론 능력이 인간을 뛰어넘게 될 가능성이 50%에 달하며, 이후 AI가 인간으로부터 통제권을 빼앗을 확률도 50%라고 단언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개발 속도를 볼 때 힌턴 교수가 제시한 미래는 예상보다 더 빨리 닥칠 가능성도 있다.
당시 힌턴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원했던 것은 논의 방향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모든 이에게 AI를 둘러싼 화두를 던지는 것, 그 자체였다. 질문에 대한 답변들은 때때로 짧았지만 한줄 한줄 한국어로 쉽게 옮기기 힘들 정도로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단어 하나까지도 표현에 신중을 기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힌턴 교수는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규제가 정답은 아니라고 봤다. ‘핵무기’보다 더 규제하기 어렵다며 효과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또 주요 국가와 기업들의 개발 압력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단기적으로 가짜 AI 이미지 등을 통한 선거조작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편, AI가 글로벌 금융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의 경고에도 동의했다. 데이터 중심인 금융시장에서 AI가 통제권을 갖고 새로운 금융도구를 만들게 될 경우 그 위험은 가히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전 세계는 무엇을 해야 할까. 힌턴 교수의 답변은 단 한 줄이었다. "(AI가 인류를) 통제하길 원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해당 답변이 현재로선 AI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만이 최선임을 뜻하냐는 추가 질의에는 "그렇다(Yes)"라는 한 단어가 돌아왔다.
노벨상 수상자가 된 힌턴 교수에게는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앞서 "내가 연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연구했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한다"는 그의 후회 섞인 토로는, 전 세계가 챗GPT가 가져다준 눈부신 기술 발전과 편의에 열광하고 있을 때 나왔기에 더욱 의미심장했다.
어쩌면 축복이, 어쩌면 파멸이 될 수 있는 AI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고민은 이제 각국 지도자, AI 개발자들만의 것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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