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구전략]상위 증권사들, 양성평등도 합격점

연중기획-'양성평등이 답이다'
삼성증권, 양성평등 업계 1위·금융권 2위
미래에셋증권, 업계 유일 여성임원 두 자릿수
한국투자증권, 女 근속연수·연봉 수준 업계 1위

증권업계는 금융권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유리천장이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성 임원이 늘어나고 여성 직원들의 근속 연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증권사들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결과다. 특히 업계 상위 증권사들은 양성평등에 있어서도 우수한 면모를 보이면서 증권업계의 양성평등 수준을 한층 제고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양성평등 성적 업계 최상위

삼성증권이 본업인 증권업은 물론 양성평등에서도 업계 최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 전체 여성 임직원 비율 증가, 다양한 유연근무제 유형, 양성 간 평등한 임금 수준 등을 바탕으로 여성 근속 연수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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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금융기업 36곳을 대상으로 '아시아경제 양성평등 종합점수'를 집계한 결과 증권사 중에서는 삼성증권이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년 간 여성 임직원의 근속 연수가 2021년 11.32년, 2022년 11.63년, 2023년 12.18년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모습이다.

특히 평가 항목 중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에서 타 증권사 대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증권은 직장 내 여성 대표성을 확대하고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최혜리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를 감사위원이자 사외이사로 2022년 영입했다. 삼성증권의 첫 여성 사외이사인 최 변호사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서울가정법원 판사,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쳤다. 현재 보수위원장 및 내부거래위원장을 겸하며 감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여성 리더십 확보를 위해서 2030년까지 전체 여성 직원 비율을 50%로, 여성 관리직 비율은 30% 내외로 달성할 계획이다. 실제 삼성증권 전체 임직원 중 여성 직원은 최근 3개년간 31명(0.6%포인트), 여성 중간 관리직은 6명(2.3%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여성가족부가 인정한 가족친화인증기업이다. 유연근로시간제, 재택근무제, 파트타임제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근무 형태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사용하는 직원은 월평균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임직원 스스로가 자신의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최대 2년간의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운영한다. 사내에 독립된 모유 수유 및 착유 공간을 마련했으며 사내 어린이집은 만 1세부터 5세까지의 자녀를 둔 여성 및 편부 직원을 대상으로 우선 배정해 직원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 외 자녀 학자금 지원, 가족건강검진제도, 가족돌봄휴직, 남성육아휴직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급여 수준은 양성이 대체로 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말 기준 여성 평균 기본급을 남성 평균으로 나눈 값은 임원이 1.04, 관리직이 0.98, 비관리직이 1.01로 성별에 따른 차이는 미미했다.


직업 능력 향상을 위한 사내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서 여성 직원의 참여도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증권의 여성 임직원은 2021년 9만2761시간, 2022년 10만1847시간, 2023년 10만9514시간 동안 자기개발과 커리어 성장을 위한 학습에 참여했다. 삼성증권은 오프라인 및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와 투자 운용을 위한 자격증 취득, 금융 특화 데이터 분석, 리더십·인문교양·외국어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삼성증권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만족도 평가를 시행하고 해당 결과를 교육 및 복리후생 제도에 반영하고 있는데, 최근 여성 임직원의 만족도는 2021년 72.5점, 2022년 73.1점으로 증가하다가 2023년 70.3점으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성별, 직급 등에 따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女 임원수 업계 유일 두 자릿수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리딩 증권사답게 양성평등에서도 업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 여성임원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은 매년 여성임원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이 다양한 제도를 통해 여성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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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가 집계한 '2024 양성평등 종합점수'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36개 금융사 중 6위를 차지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2위에 올랐다. 대부분 평가항목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외이사 항목 부분에서 점수가 뒤지면서 간발의 차로 업계 2위에 올랐다. 사외이사 항목에서 여성 사외이사수는 동일했으나 비중에서 순위가 갈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증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여성 임원수는 13명으로 주요 증권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다. 2019년 6명에서 5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여성 임원의 비중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9년 5.45%였던 여성 임원 비율은 2022년에는 8.96%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9.35%까지 확대됐다.


그룹 차원에서도 여성 인재 발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매년 인사 때마다 여성 임원이 대거 발탁되며 시장의 눈길을 끌어왔다. 지난해 인사에서 여성 임원 승진자는 총 8명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2022년 인사에서는 총 14명의 여성 임원이 승진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다양한 제도들을 통해 여성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임신에서 출산,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난임 직원에게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주양육자에게는 12주(90일), 보조 양육자에게는 2주(10일)의 출산휴가사용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임신중 또는 출산 후 육아휴직 사용과 별도의 육아휴직 급여 지급과 출산 관련 의료비 보조, 출산 경조금 등의 혜택 등을 통해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1년 제한이었던 육아휴직 기간을 배우자의 육아휴직 조건없이 1년 6개월까지 늘렸으며 출산 경조금 확대, 난임 치료의 의료비 보조금도 확대했다.


여성직원과 임산부의 건강을 위해 보건, 검진 휴가는 유급으로 부여하며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시행, 태아 검진 시간의 사용 등 가족 친화 근로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녀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가족 돌봄 휴가를 연간 10일 부여하고 있으며 임직원이 출산, 육아 부담을 완화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2011년부터 공동 직장 보육시설(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센터원 사옥 내에 수유시설 및 여성전용휴게실을 갖춰 출산 후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육아기에는 임직원의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근무 제도를 권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2023년 육아휴직 사용자는 총 202명이었으며 육아휴직 사용 후 복직률은 97%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연봉 부문 점수 가장 높아

국내 대표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성별에 관계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에 맞춘 출산 및 육아 관련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양성평등 부문에서 전체 증권사 중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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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루려면 업무에 매진하는 동안 마음놓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점을 파고들어 현재 총 3개의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KRX(한국거래소) 어린이집과 금융투자협회 어린이집을 회원사 자격으로 간접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쓰리엠&한국투자증권 어린이집은 회사가 직접 운영한다. 심각한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10곳 중 1곳이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성평등을 위한 한국투자증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덕분에 남성을 선호한다는 증권업계 인식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에는 여성 정규직 비중이 다른 증권사와 비교해 높은 축에 속한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경제가 조사한 정규직수 부문에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임직원들의 출산 전후 직장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휴가제도도 잘 갖춰져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임신 검진휴가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난임시술 휴가 ▲유산휴가 ▲배우자 유산휴가 등은 법정수준 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출산 전후로는 임신부의 건강을 위해 유연근무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단태아는 120일의 휴가를, 쌍둥이 이상의 다태아를 임신한 경우는 150일의 휴가를 쓸 수 있다. 출산(유산 포함) 후 양육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로는 1년간 시간외 근로 제한을 둬 ▲1일에 2시간 ▲1주일에 6시간 ▲1년간 1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 근로를 할 수 없게 했다. 출산 후에도 일을 그만두지 않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셈이다. 이렇다 보니 출산 후에도 회사를 계속 다니는 여성 임직원들이 제법 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여성임직원의 근속연수 부문에서 전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연봉 부문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래에셋증권(7.75점), 삼성증권(7.50점)과 비교하면 8.75점으로 세 증권사 중 가장 높다. 연봉 부문은 남자 평균 연봉 대비 여성 평균 연봉 비율을 말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남성과 여성의 급여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외이사 부문에선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에서 여성 사외이사는 최수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가 유일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설립 후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를 기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상장사다. 따라서 이사회에 여성 전문가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위배되진 않는다. 다만 이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편집자주국내 각 산업 분야 ‘1등 기업’은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뿐 아니라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까지 갖추고 있을까. 아시아경제는 지난 4월 매출 상위 100대 상장사와 주요 금융사 36곳의 최근 5년간 사업보고서 전수조사 등을 통해 ‘2024 아시아경제 양성평등 종합점수’를 발표했다. 주요 기업의 성별고용현황과 일·가정 양립 수준을 수치화해 1위부터 100위(금융기업 1위부터 36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그러나 드러나는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고 제도를 잘 갖췄다고 해서 이것이 곧 ‘일·가정 양립의 적극적인 실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거리낌 없이 제도를 활용할 분위기까지 조성돼야 잘 갖춰진 제도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국내 각 분야 ‘1등 기업’을 대상으로 지수에 드러나지 않고 수치화는 어려우나 실제 제도 사용 현실을 볼 수 있는 다양한 부문을 깊이 있게 톺아봤다. 이를 통해 각 분야를 이끄는 선도기업의 현재를 살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제도부터 열악한 중소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 역시 제시하고자 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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