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보다 올드보이.'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최근 꼭 봐야 할 한국 영화 30선을 공개했다.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석권하며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제치고, 박찬욱 감독의 2003년 영화 '올드보이'가 최고의 한국 영화로 꼽혔다. 올드보이는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작이다.
포브스는 '올드보이'가 좁은 복도에서 벌어지는 장도리 액션 장면으로 유명하지만, 액션 영화로는 놀라울 정도로 정서적으로 풍성한 영화라고 평했다.
기생충에 대해서는 화려한 수상 이력을 소개하며 봉준호 감독이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고전인 '하녀'를 4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려놓았다.
3위는 이창동 감독의 2018년 작품 '버닝'이 선정됐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고,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1차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30선 중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가장 많이 선정됐다. 올드보이 외에 '아가씨(6위)', '헤어질 결심(13위)', '박쥐(16위)', '친절한 금자씨(27위)'까지 다섯 작품이 선정됐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은 세 개로 박찬욱 감독에 이어 가장 많았다. 버닝 외에 '박하사탕(9위)', '시(19위)'가 포함됐다.
봉준호 감독의 경우 기생충 외에 5위에 오른 '살인의 추억'까지 두 작품이 선정됐다. 국내에서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영화 '괴물'은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영화사에서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도 '하녀' 외 다수 포함됐다. 가장 오래된 작품은 한형모 감독의 1956년 영화 '자유부인'으로 17위에 선정됐다. 포브스는 자유부인에 대해 1950년대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렸던 대학 교수 부인의 스캔들을 다룬 영화라며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은 전후 한국 사회의 새로운 삶의 방식과 도덕성 문제를 조망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영화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유현목 감독의 1961년 작 오발탄도 14위에 올랐다. 오발탄에 대해서는 이범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전쟁이 끝난 뒤 어려운 상황에서 대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애쓰는 회계사가 주인공이며 매우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평했다.
안성기와 박중훈이 출연한 박광수 감독의 1988년 영화 '칠수와 만수',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서울 관객 100만명을 동원한 임권택 감독의 1993년 영화 '서편제'도 30선에 포함됐다.
포브스는 한국 영화 중 상징적인 작품이 너무 많고 영화 산업도 성장일로여서 1등 작품 선정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영화는 (영화에 필요한) 모든 것을 조금씩 갖추고 있다며 더 많은 관객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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