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후보자의 최종면접 합격이 결정된 후 처우와 경력 검증 절차를 진행하면서 겪은 일이다.
후보자에게 직전 3개월 급여명세서, 원천징수영수증,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을 요청했고, 그때야 육아 휴직 중임을 이야기해서 신뢰성의 이슈로 결국 회사로부터 오퍼가 나오지 못했다. 육아 휴직 중이라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지만 그 사실을 입사 지원 때나 진행하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면접 시 면접관의 휴가 내서 오셨냐는 질문에는 ‘네’ 라고까지 답했던 터였다.
필자가 헤드헌터 업무를 하다 보면 의외로 경력을 위조하고, 변조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되며, 이로 인해 채용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게 된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거나 혹은 과장하는 정도를 넘어, 이직 횟수를 줄인다든지, A회사 1년, B회사 6개월 경력을 합쳐서 A회사 1년 6개월로 기재하는 등 그 경우도 다양하다. 안타까운 점은 채용 취소로 끝나지 않고 때로는 개인 커리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 현실로 다가올 AI 시대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고 한다. 환각 또는 망상이라고 불리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는 것인데, AI가 생성한 정보에 허위 또는 날조된 정보가 포함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은 토머스 그랜트 뉴섬 변호사에 대해 해당 법원에서 1년 동안 활동을 중단할 것을 명하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민사 소송 수행 중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인용된 사례와 출처가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일부 판례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는데 AI가 준 ‘허위’ 답변을 그대로 인용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최근 AI와 인류의 협력을 주제로 한 ‘공존’이란 공통의 주제를 다루는 국제포럼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러 세션 중 뉴욕대 린다밀즈 총장이 이야기한 "AI와 공존하는 시대에는 신뢰, 성찰, 창의성과 같은 인간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발언이 필자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직성 혹은 진실성(Integrity)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선다. 약속을 지키는 것,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갖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이며 강점이다.
그렇다면 직장 생활에서 정직성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부정직한 행위가 단기적 이득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신뢰도와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글로벌화가 심화하고 국경을 초월한 '얽힘(Entanglement)'이 일어나는 현재의 변화양상을 고려할 때 글로벌 네트워크상에서 확인 가능한 개인의 평판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 우리는 기술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가치, 특히 정직성과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건강한 조직 문화와 사회 발전의 근간이란 점은 명약관화하다.
결론적으로 격변하는 시대의 품격 있는 회사 생활은 정직성에서 시작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다가오는 AI 시대에도 변함없는 회사 생활의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선경 유니코써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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