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올 들어 랠리를 펼쳐 왔지만 최근 기업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비중은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착륙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 또한 고개를 들고 있고 11월 대선, 중동 확전 우려 등 불확실성 역시 커 기업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기피 현상이 다가올 하락장의 경고음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미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사이더센티먼트닷컴 자료 분석 결과 미국 전체 기업 가운데 임원이나 이사가 자사주를 순매수한 기업 비중은 지난 7월 15.7%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년 동안 최저 수준이다.
경영진이 자사주를 순매수한 기업 비중은 8월에 25.7%, 9월에 21.9%를 기록했지만 역시 지난 10년간 평균인 26.3%에는 모두 미치지 못했다.
미국 기업 경영진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도 크게 줄었다. 워싱턴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 기업 임원·이사들의 자사주 매입 금액은 23억2000만달러로 지난 2014년(19억8000만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 규모가 30억4000만달러, 2022년에는 44억4000만달러에 달했었다.
기업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사업 전망, 경기 예측에 민감한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을 기피하면서 월가 일각에서는 불안한 미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신호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의 네잣 세이훈 교수는 "내부자 거래는 총 미래 주식 수익률의 매우 강력한 예측 지표"라며 "최근 자사주 순매입 비중이 역대 평균 대비 낮다는 건 미래 주식 수익률 역시 평균 이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인이 올 들어 투자 주식을 매각하거나 자사주 처분에 나섰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애플 주식을 대거 매각하고 현금을 꾸준히 비축해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을 2769억4000만달러까지 늘렸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자사주를 각각 103억달러, 21억달러 팔아치웠다.
큰손들의 주식 처분은 최근 미국 증시 랠리 흐름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올 들어 21% 급등했고 신고가만 43번 갈아치웠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기술주 랠리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성공한 것도 투심을 자극했다.
서밋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데이비드 하든 CEO는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며 "버핏이 시장이 하락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는 주가가 과대평가 돼 있고 투자보다 현금에 가치를 두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 눈높이 역시 낮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7월 BI가 예상했던 7.9% 증가 전망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으로, 4개 분기 만에 최저 증가율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후반부터 JP모건, 웰스파고 등 은행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향후 경기 전망을 가늠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 경기 침체 가능성, 11월 대선 불확실성과 중동 확전 우려 등으로 올해 남은 기간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3분기 기업 실적이 받쳐 줄 경우 증시 랠리가 지속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트라이배리어트 리서치의 애덤 파커 창업자는 "투자자들이 기업으로부터 확고한 실적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며 "지정학적 위험,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이번에는 특히 기업 실적과 전망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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