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폐업 세일'이 붙은 동네 가게들을 볼 때마다 경기침체의 삭풍을 실감한다.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지르는 비명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114만7000여곳이 문을 여는 동안 91만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률 79.4%다.
"취업 말고 카페를 차려볼까", "퇴직금에 대출 좀 받아 가게 차리면 예전 월급 이상 벌 거 같은데 이 기회에 사장님 도전해볼까" 이런 한가한 소리를 하는 지인은 부디 주변에 없기를 바란다.
실제 통계로도 자영업자 수는 줄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월평균 자영업자 수는 563만 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854만 4000명 중 19.7%에 그쳤다.
농림어업, 소규모 상공업 위주에서 제조, 대형 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변하는 한국 경제성장의 여정을 생각하면, 노동시장에서 자영업자가 줄고 임금근로자가 늘어나는 모습이 이상할 것은 없다. 196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했을 때 전체 취업자 중 37.2%가 자영업자였으나 이후로 비중은 계속 줄었다.
그러나 그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계청은 이를 산업구조적 변화 추세에 더불어 최근 내수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장사를 해보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열어놓은 가게도 폐업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용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0.1조원이고, 차주, 즉 돈 빌린 사람은 312.6만명이다.
문제는 빚의 엄청난 규모도 규모지만, 저소득(연도별 가계소득 하위 30%) 차주와 저신용(NICE신용정보 신용점수 기준 664점 이하) 차주의 대출이 각각 132.3조원, 42.4조원에 달하고, 이는 1년 전에 비해 각각 7.1조원 및 10.1조원 늘어난 액수라는 점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 자영업자'가 41.0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13.1%를 차지하고, 이들이 갚지 못하고 있는 대출잔액은 전년동기 대비 12.8조원 증가한 121.9조원에 달한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11.5%가 이들 몫이다.
국내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생계형 창업이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 대형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배달료 이슈까지 있다. 장사가 좀 되고 수입이 늘어야 빚 갚을 여력도 생길 텐데,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4368건 중 75%인 860만9018건이 월소득 100만원(연 1200만원) 미만이고, 이 중 '소득 0원' 신고분도 8.2%에 달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 정부는 지난 7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통해 대출상환기간 최대 5년 연장, 저금리 대환대출 지원, 연 매출 6000만원 이하 소상공인에 전기료 특별지원, 착한 임대인 세액지원 내년말까지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질적 도움은 되지 못한 것 같다.
정부는 이달 중순에 추가 대책을 발표 예정인데, 금리 인하나 과감한 재정투입 등 가능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검토해 만든 대책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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