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의 해안경비대가 공동으로 북극해에서 합동순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이 2010년대부터 공동개발을 추진한 북극항로, 이른바 '빙상실크로드'의 개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선박의 항행 가능기간이 기존 2개월 안팎에서 10개월까지 늘어난 북극항로는 2030년대부터 상시 운항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이용한 물동량을 2035년까지 4배 이상 늘릴 것으로 계획하고 있어 향후 기존 인도양항로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달 2일(현지시간) 해안경비선 편대가 북극해에 처음 진입해 러시아 해경선들과 합동순찰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국경절 연휴(1일~7일) 기간과 러시아와 수교 75주년 기념일인 2일에 맞춰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인 빙상실크로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은 최근 해안경비대의 북극해 인근 공동순찰, 공동훈련 등 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양국 해안경비대는 러시아 영해인 연해주 피터대제만에서 연합훈련을 벌였고, 21일부터는 북태평양 공해상에서 합동순찰에 나서기도 했다.
양국은 북극해 일대 항로 개발에도 협력 중이다. 지난 5월 중국 리창 총리와 러시아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북극 해상운송로 개발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2008년부터 북극해와 인접한 야말반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에 착수한 뒤, 중국도 러시아에서의 가스수입 확대를 목표로 북극항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중국은 2012년부터 북극해에 연구용 쇄빙선을 파견하기 시작해 지난 2018년에는 빙상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담은 '북극백서'를 공표하기도 했다. 이후 북극항로를 이용한 물동량은 꾸준히 늘어나 2000년대 초반 약 140만톤(t) 안팎에서 지난해 6750만t까지 늘어났다. 양국은 2035년까지 물동량이 현재보다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2030년대부터 북극항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급격한 속도로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를 가로막던 빙하들이 계속 녹아내리면서 북극해의 항로 가능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국영가스 기업 가즈프롬의 자회사, 네프트가즈에 따르면 1932년 2개월간 항행이 가능했던 북극항로 지역은 지난해 최대 10개월간 항행이 가능해졌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평균기온이 치솟으면서 항로를 가로막던 거대한 빙하들이 녹아내렸고, 겨울철 항로 결빙도 예전보다 훨씬 늦게 시작돼 항행 가능기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북극항로는 기존 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주된 항로인 인도양항로에 비해 거리가 짧은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인도양 항로는 총 2만2000km에 달하지만, 북극항로는 이보다 약 40% 짧은 1만5000km에 불과하다. 북극항로의 빙하가 모두 녹아 상시 운항이 가능할 경우, 운송기간이 최대 40일 이상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 발발 이후 홍해 일대에서 예멘 후티반군이 상선을 공격하는 등 인도양항로 일대 정정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북극항로 확대에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극항로는 대부분 지역이 러시아 영해를 통과하고 있고 거대한 해군력을 갖춘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경비에 나설 경우 보다 안전한 항행이 보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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