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칼럼]기계에도 자아가 생길까

⑧AGI가 가져올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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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무엇이 보이는가? 아마 (이 칼럼이 실린) 컴퓨터나 휴대폰 화면, 또는 종이신문 한 페이지가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머리를 살짝 옆으로 돌려보자. 이젠 창문 밖 거리, 하늘, 책상 위에 있는 빨간 사과가 보일 것이다.


그런데 눈에 "보인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마치 고해상도 TV를 보는 듯 눈 앞에 펼쳐진 세상.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으로는 사실 있어서는 안 되는 현상이다. 바깥세상에서 들어온 빛은 망막에 꽂힌다. 망막에는 빛 에너지를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세포들이 있고, 전기신호로 변화된 시각 정보는 20~30개 정도 되는 다양한 뇌 영역들을 통해 형태, 색, 움직임 등으로 나누어져 해석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뇌 어느 곳에도 ‘본다’는 현상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뇌를 아무리 자르고, 해부하고 연구해도 지금 이 순간 우리 눈에 보이는 ‘빨간 사과’는 찾을 수 없다. 뇌 속에는 소리도, 느낌도, 감각도, 형태도, 기억도 없다. 오로지 수백조개가 넘는 신경세포들과 세포들 사이 연결고리를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만 존재할 뿐이다.

물질과 비물질 나누는 이원론에 이견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인과관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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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빨간 사과’라는 느낌은 어디서 만들어지는 걸까? 인간은 물질적 세상을 넘어 자아와 정신을 가지고 있고, 자아가 해석한 신경세포의 전기신호를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빨간 사과’라는 느낌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이 사용하는 표준 모형에선 만물을 입자와 입자 간의 양자장론적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물리학적 상호작용을 통해 원자와 분자가 만들어지고, 분자들의 집합은 단백질과 세포를 만든다. 신경세포들은 뇌를 작동시키고, 뇌는 인간의 행동을 좌우한다. 현대과학은 양자역학에서, 화학, 생물학, 뇌과학 그리고 인지과학을 통한 꼬리물기식 방법으로 인간을 설명하지만 이 꼬리물기식 해명 어디에도 자아와 정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물의 모든 것은 물질과 물질 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반면, 자아와 정신은 물질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물질과 비물질이라는 본질적으로 다른 두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 걸까? 이게 바로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르네 데카르트가 믿었던 ‘이원론’이다. 일상생활을 살며 큰 고민 없이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믿고 있을 이원론에는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물체와 정신이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 두 요소가 서로 상호관계와 인과관계를 주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팔을 들어"라는 명령을 통해 우리는 물질적 팔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비물질적 의지가 물질적인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까? 덕분에 많은 뇌과학자는 ‘자유의지’와 ‘정신’, 그리고 ‘자아’까지도 실체가 아닌 뇌가 만들어낸 착각과 망상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느끼는 느낌 자체가 착각이라면, 착각이라는 느낌 역시도 착각이지 않을까? 전자레인지는 시간을 설정하고 버튼을 누르면 정해진 순서대로 작동한다. 세탁기, 자동차, 컴퓨터 모두 입력된 값과 사전에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돌아간다. 인풋과 아웃풋을 연결해주는 기계에는 자아가 없다. 자동차는 자신이 빨리 달린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빨간 사과를 화면에 보여주는 컴퓨터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자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의미하다.

10년 내 범용적 인공지능(AGI) 등장 가능정신, 자아 지녀 철학적 결론 도출할 수도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발전 속도를 기반으로 5년에서 10년 내 인간의 뇌만큼 복잡한 인공지능, 그러니까 범용적 인공지능(AGI)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많은 전문가는 믿고 있다. 한 개의 신경세포에는 자아가 없지만 100조개 신경세포를 가진 뇌는 비물질적인 정신과 자아, 그리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비슷한 크기의 인공지능 역시 정신과 자아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리 크고 복잡한 기계마저도 본질적으로 정신의 세상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걸까? 머잖은 미래에 등장할 AGI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철학적 결론을 내리게 할 수도 있다. 바로 물질과 비물질의 차이조차도 우리 뇌가 만들어낸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 말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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