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정치도 인생도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흰색과 검은색만 선택하라는 정치
의원 개인이 먼저 국민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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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8월 말에 국회 소속의 연구원에서 퇴임했다. 임기가 4년이어서 긴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끝나고 보니 훌쩍 지나가 버렸다. 취임사에서 많은 성과를 약속했지만 되돌아보면 괄목할만한 업적을 꼽기는 쉽지 않다. 일 년에 한 번 보고서를 발간하던 작은 조직이 매주 브리프 형식의 연구성과물을 내도록 시스템을 새로 만든 게 그나마 내놓을만한 성과다. 4년이란 시간은 뭔가 이루기에 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지만 그렇게 충분한 시간도 아님을 절감했다.


국회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 정치가 한 사람의 힘과 영향력이 정말 클 수 있다는 사실도 그중 하나다. 국회의원 300명은 한 명 한 명이 정치가다. 법을 만들고 국정을 이끌고 예산을 심의하고 출신 지역구를 돌보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한다. 그런데도 국민 신뢰도 조사 결과에서는 국회와 국회의원이 언제나 꼴찌다. 왜 그럴까?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소속 정당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심이란 무엇인가? 일을 하는 데 있어 처음에 먹은 마음이다. 필자가 국회미래연구원에 입사하면서 가진 초심은 연구원이 국가미래전략을 설계하는 국회의 씽크탱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 되돌아보면 초심 그대로 이루어지진 못했지만 한시라도 초심을 잊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작은 성과라도 거두지 않았나 싶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초심 유지가 정말 어렵다. 국회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첫해는 300명 모두가 최고의 애국자라고 한다. 입법과 정치로 나라와 지역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결의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이 국회의원들의 당선 초기 초심이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 이후 3년간은 대부분이 초심을 잃는다고 한다. 소속 정당의 방침과 노선에 지나치게 휘둘려 자신만의 정치를 못 하게 된다.


필자는 정치를 잘 모른다. 그러나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정치는 입법과 정책을 통해 나라와 사회를 다스리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은 지금의 정치와 정치가가 그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정당이 바뀌긴 쉽지 않다. 정치인 개인개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 지금의 정당들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다. 우리 쪽 노선은 맞고 상대편 노선은 틀렸다고 일관한다. 타협도 없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가 어디 그런가? 현실의 문제를 헤쳐나가는 정답과 해결책은 흰색 또는 검은색이 아니다. 그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색이고 함께 애써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당들은 흰색 아니면 검은색만 선택하려고 할 때가 많다. 국민이 바라고 원하는 색깔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


이분법적인 배타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면 개인으로서의 정치인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 각 정당은 당의 노선만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말아야 하고, 각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의 노선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그 국회의원은 명실상부한 정치가가 될 수 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노력하면 어느샌가 국회도 정치도 국민의 신뢰를 얻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현곤 충남대 초빙교수·前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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