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만 18세 성년을 맞은 나루히토(?仁) 일왕의 조카 히사히토(悠仁) 왕자가 최근 대입 특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히사히토 왕자의 어머니이자 나루히토 일왕 남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의 부인 기코(紀子) 비가 인터넷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기코 비는 이달 초 일본 궁내청 출입기자단에 보낸 서면 인터뷰 답변에서 "인터넷 악성 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라며 "우리 가족도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마음 편히 지내기 어렵고 괴로울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답변이 의미심장한 것은 최근 히사히토 왕자가 도쿄대 특혜 입학 논란으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교토에서 열린 '제27회 국제 곤충학 회의'에 부모와 함께 참석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곤충학 학회로 '곤충학자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 회의에서 히사히토는 아카사카 왕궁 내 잠자리의 생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후미히토 부부는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했다.
이에 앞서 히사히토 왕자는 지난해 11월 공동 저자로 참가한 잠자리 관련 논문을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이 발행하는 학술지 '국립과학박물관 연구 보고'에 게재했다. 히사히토 왕자는 총 3인의 저자 가운데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 언론들은 히사히토 왕자의 연구에 대해 "그가 외부 지도를 받으며 지도적 위치에서 연구를 진행했다"며 "컴퓨터로 데이터를 보여주며 잠자리 목록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궁내청은 지난 6일 히사히토 왕자가 법적 성인이 됐다는 사실을 공표하면서 왕자가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성인식은 내년으로 미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왕자가 곤충 등 자연사에 매우 관심이 크다. 다양한 측면을 흡수하고 성장하면서 모든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고3인 히사히토 왕자가 대학 입학을 위해 '잠자리 논문'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일본 주간지 슈칸신쵸는 히사히토 왕자의 논문이 "도쿄대 추천 전형에 응시하기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그가 곤충학 전공이 있는 도쿄대 농학부에 진학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도 나왔다.
지금까지 일본 왕실 가문에서 도쿄대를 나온 인물은 전무하다. 나루히토 일왕 등 왕가 인사 대부분은 옛 왕실 산하 가쿠슈인대(현재는 사립) 출신이며, 나루히토 일왕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도 가쿠슈인대를 졸업했다. 히사히토 왕자의 도쿄대 추천 입학을 반대하는 청원에는 1만 2000명이 넘게 동참했다.
일본 왕실은 히사히토 왕자의 아버지인 후미히토 왕세제가 성인이 된 1985년 이후 거의 40년 가까이 성인 남성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17명인 일본 왕실 구성원 가운데 남성은 겨우 4명이며 이 중에서 히사히토 왕자가 제일 어리다. 일본 '황실전범' 제1조는 '왕위는 남계(왕실 남성이 낳은 남자) 남자가 계승한다'고 규정한다. 또 왕족 여성이 왕족 이외 사람과 혼인하면 왕족 신분을 잃는다. 따라서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는 왕위를 이을 수 없다. 현재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후미히토 왕세제고, 2위는 히사히토 왕자다. 후미히토 왕세제는 2남 1녀를 뒀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선 '여성 일왕을 인정하자'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히사히토 왕자의 실제 왕위 승계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5월 일본 국회의원들은 왕실의 승계 규정 완화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4월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90%가 여성 일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일왕에 찬성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50%는 '일왕 역할에는 남녀가 관계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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