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태풍 '야기'가 필리핀과 베트남에 이어 미얀마를 강타하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얀마 군사정권이 이례적으로 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15일(현지시간) AFP·AP 통신에 따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사정권 최고사령관은 지난 13일 현지 매체를 통해 "정부 관리들이 외국과 접촉해 피해자들에게 제공할 구조와 구호물자 지원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군사정권이 자연재해와 내전 중에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해온 기존 태도에서 벗어난 것으로, 이례적인 상황이다.
군사정권은 과거 사이클론 '모카'와 사이클론 '나르기스'와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하거나 엄격하게 통제했다. 특히 '나르기스'로 13만8000여명이 사망한 재앙 당시 군사정권은 초기에 해외 지원을 거부했다가 뒤늦게 수용한 후에도 구호물자 배급을 철저히 통제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얀마 중부 바고 지역에서 태풍 '야기'에 따른 물난리로 대피하던 도중 깊은 물에 발이 묶인 이재민들이 구조 보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번에 군사정권이 외국 지원을 요청하게 된 것은 피해 규모가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미얀마 관영 TV에 따르면 태풍 야기가 몰고 온 홍수와 산사태로 74명이 숨지고 89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으나 통신 두절과 내전으로 인해 정확한 피해 집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매체들은 실종자가 100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도하며 앞으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군사정권은 23만5000여 명이 대피하고, 가옥 6만5000여 채, 교량 24개, 학교 건물 375동 등이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만달레이시와 샨주, 네피도 등 주요 저지대 지역이 침수되었으며 많은 주민이 고립돼 식량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쿠데타 이후 내전으로 난민이 발생한 미얀마는 이번 태풍으로 인해 인도주의적 위기가 한층 심각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태풍이 닥치기 전부터 이미 340만명(이달 초 기준)이 내전과 혼란으로 피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태풍 피해까지 더해지면서 미얀마는 더욱 깊은 인도적 위기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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