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멜론 맛 아이스크림 '메로나' 포장지를 경쟁 업체가 따라 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이 멜론 과일 본연의 색상은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부장판사 이현석)는 지난 6일 빙그레가 "메로나 형식의 포장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지 말라"며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빙그레와 서주는 모두 멜론 맛이 나는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빙그레는 1992년 '메로나'를 출시했고, 서주는 2014년 '메론바'를 내놨다. 두 회사 모두 연두색 바탕에 멜론 사진이 들어간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다. 빙그레는 해당 포장 디자인을 2004년부터 20년 동안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빙그레 측은 서주가 자사의 포장지 디자인을 따라 했다고 주장한다. 제품의 포장 껍질 양쪽 끝은 짙은 초록색이지만 가운데는 옅은 색이고, 좌우로 멜론 사진을 배치한 점, 네모반듯한 글씨체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빙그레는 이 제품의 포장에 대해 "차별화된 포장으로 국내에 널리 인식됐고, 이는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빙그레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메로나 포장지가 "수요자에게 특정 출처 상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별적 특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상품의 포장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한정돼 있어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특히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은 과일 본연의 색상을 누구라도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빙그레가 주장한 '차별화'에 대해서도 "상품의 출처를 포장 색상으로 식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유사한 색상을 사용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른 업체들의 멜론 아이스크림의 포장에도 대부분 연녹색이 들어가는 점을 제시하며 "해당 상품(메로나)의 인지도를 고려할 때 상품명 자체가 포장의 다른 부분을 압도해 우선적으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과거에도 유사한 제품 때문에 법정 공방을 벌인 적이 여러 번 있다. 2005년 빙그레는 효자원(서주 전신)을 상대로 '메론바' 판매금지 가처분을 냈다가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도 "멜론 맛 포장에 초록색 사용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판시했다. 이 밖에도 빙그레의 '비비빅', '요맘때'와 효자원의 '롱비빅', '요플러스'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며 효자원의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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