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리익스프레스가 떼지 못한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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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통업계에서 이슈가 된 기업은 단연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C커머스(중국 e커머스) 3사, 그중에서도 알리다. 중국에서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서비스를 주로 제공해온 알리는 올해부터 한국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주목받았다. 알리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급증하자 위기감을 느낀 국내 e커머스 기업들은 할인전을 강화하고,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편으로는 알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모조품이 있다거나, 일부 상품에서 발암물질과 같은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대표적이다. 사업 초기 부실한 고객상담과 환불 등 서비스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알리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알리는 이달 초 국내 취재진을 중국 항저우의 알리바바그룹 본사로 초청했다. 중국 기업이 해외 언론에 현지 사업장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알리는 항저우 본사 사옥과 물류센터를 소개하는 동시에 경영진의 발표를 통해 사업 비전을 공개하겠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새롭다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알리의 국내 사업에 대한 발표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기존 내용을 되풀이했다. 종래에 보도됐던 한국 내 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유통기업의 인수합병(M&A) 계획 등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경영진은 발표 시간의 대부분을 지식재산권 보호 방안이나 위해 상품 차단 시스템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취재진에게 공개한다던 물류센터도 그들이 강조하던 ‘첨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항저우 인근의 물류센터는 물류 입고 후 초기 분류만 자동화됐을 뿐, 이동부터 포장까지 대부분의 작업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재래식 시설이었다. 국내 택배업체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 SSG닷컴 등의 물류 시설이 훨씬 선진화됐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알리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 로봇 기반의 최신식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해당 시설은 이번에 취재진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알리는 이번 기자단 초청 행사를 진행하면서 "항저우를 방문해 알리익스프레스의 비전과 비즈니스 등을 알아볼 기회"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그들 입장에서는 알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만회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옥과 물류센터의 취재진 공개와 기자간담회가 꼬리표를 떼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알리가 유통망을 간소화해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거나 국내상품 판매 채널인 ‘케이베뉴(K-Venue)’에 입점한 국내 셀러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국내 셀러들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처럼 국내 소비자와 판매자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만 지금까지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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