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주택 인허가와 착공 감소가 누적돼 있어 지금의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 지금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와 매매가가 들썩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비(非)아파트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사기 우려에 따른 ‘전세 포비아’로 인해 지난 2년간의 공급 감소는 빌라, 다세대, 다가구 등 비아파트 부문에서 더 심각하게 일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서는 전대미문의 전셋값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수면 아래 있던 ‘전세사기’가 대량으로 드러나게 됐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전세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공급은 아파트 시장보다 더 심각하게 위축됐다. 전세로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 그동안 전세를 끼고 빌라를 사던 사람들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지어도 팔 수가 없으니 건설사들도 건축을 못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상반기 비아파트 준공은 장기 평균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신축 매입임대주택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2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11만가구’ 이상을 매입하고, 서울 지역은 비아파트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비아파트 신축 매입은 유일한 단기 공급책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신도시 조성이나 아파트 공급 확대는 적어도 3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비아파트의 공급은 1년 이내에도 가능하다.
실현 가능성 유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비아파트 신축 매입임대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2019년 이후 지난 5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매입임대주택은 총 10만가구가 안 되고 계획 대비 60% 수준이다. 연평균으로 보면 2만가구 정도 공급한 것이다. 가장 많이 공급한 2021년도 2만8000가구 정도 내놨다. 그러니 2년간 11만가구 공급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우리는 ‘주택 200만가구 건설’을 비롯해 수많은 도전적 과제를 달성해왔다. 총력을 기울인다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LH의 신축 매입임대 접수 실적이 10만가구 가까이 올라오는 등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목표 실현을 위해 어떤 지원책들이 필요할까. 정부가 밝힌 대로 각종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해 민간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등을 통해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에 더해 LH 등 공공기관의 인력 확충과 역할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아파트는 위치나 품질이 제각각이므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규격화된 아파트보다 훨씬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또 신뢰가 깊어야만 협상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소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역할을 강화해 그동안의 설계·시공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토록 해야 한다.
매입임대 확대가 정부 계획대로 실행되면 서민·주거 안정과 전체 주택 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LH 등 공공기관이 매입한 임대주택 세입자들은 전세사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임대료도 저렴해 서민 주거비 절감과 인근 임대료 안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매입수요를 자극해 비아파트용 토지 시장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결국 핵심은 섬세하고 정교한 실행 계획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단기 공급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가진 노하우와 지혜를 최대한 발휘해 이번 정책이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