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불확실성, 인공지능(AI) 산업 거품 논란과 경기침체 우려, 엔화 변동성 확대 등은 자본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 변수가 여전한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위험요인을 분산할 것을 당부했다. ETF는 기존 공모 펀드 대비 수수료가 저렴하고 거래 편의성이 높다. 자산운용사가 수시로 투자자 니즈를 반영한 ETF를 발 빠르게 출시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에 자금이 몰리는 채권형 ETF뿐만 아니라 부동산 리츠 ETF,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ETF 등을 추천했다.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끈 빅테크가 최근 흔들리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안정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따라 자본차익이 기대되는 미국초장기채 ETF 투자가 유효하다"며 "금리 사이클과 상관관계가 높은 부동산리츠 ETF도 금리가 하락할 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도 "미국 30년 국채액티브 ETF는 금리인하 수혜를 직접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며 "원·달러 환 헤지를 통해 달러 약세 리스크도 관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주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ETF도 유망 투자상품으로 꼽혔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일본 증시에서 성장성이 확인된 '사무라이 7'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엔화의 점진적 강세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투자자가 해당 기업에 더욱 주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AI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것이라며 관련 ETF 역시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최근 AI 거품론이 있지만 개인 PC와 산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저렴한 AI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며 "싸고 대중화된 AI에 의한 생산성 혁명이 전 업계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돈 버는 AI 빅테크 성장은 앞으로도 강력할 것"이라며 "매출 증가와 높은 수익성을 나타내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할 때"라고 당부했다.
안정진 팀장은 "2030년까지 미국 AI 전력 수요가 81배 급증할 수 있다"며 "미국 대선과 관련해 전력 인프라 투자는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정책적으로도 수혜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비만과 뇌질환 치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뇌질환 치료제 개발업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도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서범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전략솔루션총괄은 "뇌 이미징 기술과 AI가 발전하면서 뇌질환 치료제의 비약적 성장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인구의 기대 수명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뇌질환 치료제 관련 의료 비용 지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60대부터 발병률이 빠르게 상승한다. 뇌질환 치료제가 잇달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5년 후 치매 치료제 시장이 11배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보다 우울증, 조현병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면서 정신질환 처방 및 투약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낮아지고 있다. 이전보다 치료제 안전성이 높아진 점도 치료제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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