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해직교사 특혜 채용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올해로 10년째 자리를 지켜온 조 교육감이 서울교육 수장 자리를 내려놓게 된 서울시교육청은 부교육감 권한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오는 10월 12년 만에 실시될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는 수십명의 진보·보수 인사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 교육감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본청 앞에서 "대법원 선고와 관련 법률에 따라 저는 서울시 교육감으로 재직한 10년의 역사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 교육감의 퇴임길에는 300여명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과 교육계 관계자, 교육단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곽상언·김남근·김준혁·남인순·박주민·박홍근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자리했다.
앞서 이날 오전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조 교육감의 상고를 기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해직 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해직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대해 저도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법원의 결정은 개인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2018년 복직된 교사들의 당초 해직사유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시민으로서의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며 "또 그 복직은 서이초의 비극 이후 요구되는 교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교육의 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자유인으로 열심히 사회에 복귀해 살아가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교육감이 발언을 마치자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측 관계자들은 그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눈물을 보였다. 조 교육감 역시 눈물을 훔치며 "이제 여러분께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길을 펼쳐주시길 소망한다"고 답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본청에서 정문까지 늘어선 교육청 관계자들과 한명 한명 악수를 하며 자리를 떠났다.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서울장애인학부모 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구호를 외치며 그를 배웅했다.
조 교육감은 최초의 3선 서울시교육감으로, 2014년 첫 임기를 시작으로 올해로 10년째 교육감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 선고로 22대 교육감 임기를 2년가량 남기고 퇴임하게 됐다.
그는 임기 내 '혁신 교육'을 강조하며 자사고 일반고 전환, 무상급식 확대, 서울형 혁신학교, 특수학교 설립 등 대표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진보 교육감으로서 학생인권조례를 강조해 인권 콘텐츠 개발, 인권 감수성 교육 등 인권 친화적인 학교문화 조성에 힘썼다. 다만 지난 4월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면서 조 교육감은 폐지 저지에 몰두해왔다.
또한 3번째 교육감 임기인 올해에는 역점 사업으로 내건 '국·토·인·생(국제공동수업·토론교육·인공지능교육·생태전환교육)', '북웨이브 캠페인', 도시형캠퍼스 개교 사업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교육감에서 물러나면서 추후 추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그의 퇴진은 진보교육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7명 교육감 중 진보 성향은 9명으로 분류됐는데, 조 교육감이 물러나면서 8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현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도 지난 7월 조 교육감에서 보수 성향의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으로 바뀌었다.
조 교육감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되면서 당분간 서울시교육청은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0월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2012년 12월 곽노현 전 교육감의 중도 낙마에 따라 실시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교육계에서는 일찍이 수십명의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진보 계열에서는 강신만 전 전국교사노동조합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보수 계열에서는 박선영 전 동국대 교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의 출전이 전망된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이름이 거론됐으나 최근 국회 의대 증원 청문회에 참석해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보궐선거 당선인은 2025년 5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최 전까지 서울시교육감을 맡는다. 임기는 약 1년8개월이다. 보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은 조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상실한 이날부터 9월 25일까지 진행된다. 9월 26∼27일에는 후보자 등록 신청, 10월 11~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 10월 1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이날 오후 설 부교육감은 긴급 실·국장회의를 소집해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설 권한대행은 "2학기 학사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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