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 4명 등 5명의 해직교사를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경우를 당연퇴직 대상으로 정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29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조 교육감의 상고를 기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특정,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죄의 성립, 공동정범,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위헌인 법령을 적용한 잘못이 없다"고 조 교육감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조 교육감이 재판부에 신청한 형법상 직권남용죄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각하 또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시험 또는 임용에 관하여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44조(시험 또는 임용의 방해행위 금지) 중 '시험 또는 임용에 관하여'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법원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또 특별채용을 할 수 있는 경우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교육공무원법 제12조(특별채용) 1항과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이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기각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10~12월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임용하려는 목적으로 인사권을 남용해 장학관 등에게 공개경쟁시험을 가장한 특채 절차를 진행하도록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 교육감이 특별채용한 5명 중 4명은 2008년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불법 선거운동 등을 했다는 이유로 교육자치법위반죄 등으로 벌금 250만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2012년 11월 당연퇴직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었고, 나머지 1명은 2002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위반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2003년 10월 당연퇴직된 교사였다.
조 교육감이 5명을 채용하기로 내정하고서 특채 절차를 진행하도록 업무 담당자에게 지시했고, 이에 부교육감 등이 공개경쟁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대했음에도 조 교육감이 밀어붙였다는 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다.
조 교육감은 2017년 하반기 전교조 모 지부의 부탁을 받고 이 같은 특혜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는 장학관이나 특별채용 절차의 결재선에 있는 공무원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채용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신의 비서실장 A씨를 통해 불법적인 특혜 채용을 밀어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육감의 지시를 받고 이들 해직교사들에 대한 특채 관련 보고를 받고 면접심사위원에게 전화를 돌리기도 한 A씨는 조 교육감과 함께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날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재판에서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에 대해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전형을 요구한 교육공무원임용령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교육공무원법 제12조에 규정된 모든 특별채용이 '경쟁시험'이나 '공개전형'과 개념적으로 모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은 경쟁을 제한하는 별도의 선발절차를 거치는 임용절차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A씨가 심사위원들에게 한 행위를 알지도 못했고,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2 2항은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 전형'을 거쳐 교육공무원을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서울시교육감으로서 공모를 통해 5명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교육감의 교육공무원 임용 권한을 행사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별채용의 공모절차가 외형적으로만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전형으로 진행된 것일 뿐 실질적으로 5명을 내정하고 이들을 채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개채용 절차가 불공정·부당하게 진행돼 결국 공개경쟁 전형을 가장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 전형'을 통해 교육공무원을 채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교육공무원법 제12조 1항 2호,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2 2항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공개경쟁을 가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직권을 남용해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특별채용은 전교조 모 지부에서 특별채용을 요구한 B씨 등 5명을 내정하고, 위 5명을 전제로 특별채용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피고인의 지시로 이 사건 특별채용 업무에 관여하게 된 피고인 A씨가 피고인들 및 B씨 등 5명 중 일부 사람들과 친분이 있거나 우호적인 사람들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연락해 B씨 등 5명에게 유리한 조건을 공모조건으로 설명하기도 했으며, 2차 면접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휴대폰이 수거되지도 않았고, 지원자들의 경력 및 인적 사항 등도 제대로 가림처리가 되지 않았으며, 피고인 A씨는 심사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에게는 문자로 C씨를 채용하는 것이 피고인 조 교육감의 뜻이라고 연락하고, 그와 같은 문자를 받은 심사위원은 다른 심사위원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C씨를 포함한 B씨 등 5명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해 심사의 공정성·적정성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바, 이와 같은 이 사건 특별채용의 계기, 절차 진행과정, 심사위원 선정과정 및 심사위원들의 심사 및 그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특별채용 절차는 공개경쟁을 가장한 것에 불과해 피고인 조 교육감의 이 사건 특별채용 진행 관련 지시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2 2항을 위반한 것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관계 법령의 목적 범위를 벗어난 특별채용을 진행할 필요성·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 따라서 이 사건 특별채용 진행 관련 판시 지시는 피고인 조 교육감이 법령에서 부여한 서울시교육감의 권한 행사에 가탁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공수처에 파견된 검찰이나 경찰 공무원들은 일반행정업무만 할 수 있을 뿐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확보한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들이 수사 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양형과 관련 "시교육감인 피고인은 임용권자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특별채용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모 지부의 민원사항이었던 특정 교사들에 대한 특별채용을 위해 인사담당자들에게 채용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권한이 없는 비서실장 A씨의 지시를 받도록 하고 5명을 내정해 특별채용을 검토하도록 했으며, 계선조직에 있는 인사 담당 공무원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결재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특별채용을 추진했는 바, 공정경쟁을 가장해 특별채용 절차를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임용권자의 권한을 남용하고 국가공무원인 교원공무원의 임용에 관해 부당한 영향을 줘 서울시교육청의 교원임용 과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이 훼손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2018년 12월20일 실제 특별채용 전형 최종 결과 및 인원 확정 공문에 미리 내정한 해직교사 5명의 이름 옆에 자필로 서명하는 방법으로 특별채용을 확정했다.
계선조직이란 계층제의 구조를 가진 조직에서 그 조직의 본래적 기능을 직접 수행해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조직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부교육감, 교육정책국장, 중등교육과장 등 본래 결재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금전적 이익이나 개인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을 정했다.
두 사람은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조 교육감 측은 2차례에 걸쳐 변호사들에게 법률검토를 의뢰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심사위원들이 일부 지원자를 알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심사위원 선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 같은 법률검토 결과만으로 특별채용의 공개경쟁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이 사건 특별채용에 관한 직권의 행사는 형식적·외형적으로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전형에 의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직권행사의 구체적 목적, 경위와 내용, 직권행사의 필요성 및 상당성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는 공개경쟁전형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정당한 권한 외의 행위를 해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조 교육감 측은 이전에도 비슷한 특별채용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이전에도 해직자를 복직하는 특별채용을 실시한 바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경우는 공개경쟁전형 방식으로 특별채용을 실시할 필요가 없었던 시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특별채용의 목적도 '민주화운동' 또는 '내부고발' 등의 사유로 해직된 교사의 목적이어서 사회적 상당성 또는 보편적 공감대가 인정됐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 사건 특별채용의 경우에는 5명이 부정선거운동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아 당연퇴직됐기 때문에 공모조건으로 삼은 '공적 가치 실현' 등에 해당하는 사유로 해직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별채용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2021년 1월 출범한 공수처가 직접 수사한 첫 사례다. 다만 교육감에 대해 공수처는 수사권만 있을 뿐 기소권이 없어 2021년 9월 수사를 마무리 후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며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본청 앞에서 "대법원 선고와 관련 법률에 따라 저는 서울시 교육감으로 재직한 10년의 역사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 교육감의 퇴임길에는 300여명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과 교육계 관계자, 교육단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곽상언·김남근·김준혁·남인순·박주민·박홍근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자리했다.
그는 "해직 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해직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대해 저도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법원의 결정은 개인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2018년 복직된 교사들의 당초 해직 사유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시민으로서의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며 "또 그 복직은 서이초의 비극 이후 요구되는 교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교육의 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자유인으로 열심히 사회에 복귀해 살아가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교육감이 발언을 마치자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측 관계자들은 그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눈물을 보였다. 조 교육감 역시 눈물을 훔치며 "이제 여러분께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길을 펼쳐주시길 소망한다"고 답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본청에서 정문까지 늘어선 교육청 관계자들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며 자리를 떠났다.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서울장애인학부모 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구호를 외치며 그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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