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현재 상황이 한국의 노동시장을 구조개혁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분석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나왔다.
29일 IMF에서 공개한 '한국 노동시장 개혁의 진전(Advancing Labor Market Reforms in Korea)' 워킹페이퍼(보고서)에 따르면 노동개혁은 경기가 둔화하는 시기에는 효과가 없지만 확장하는 시기에는 생산성과 경제성장률 향상 등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여러가지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은 최근 경기가 개선되고 있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 취약계층에 대한 낮은 지원 등 다양한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특히 현재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 구간에서는 근로시간 개혁과 같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노동개혁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한국의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제를 의무로 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일감이 몰리거나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기간에도 법이 경직적으로 적용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근로기준법을 보다 유연하게 고쳐 현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많다. 현 정부에서는 일이 몰릴 때는 더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덜 일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인해 현재는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스텔라 탐(Stella Tam) IMF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도입하면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직원 급여와 기업의 이익 등 여러 측면에서 근로자와 고용인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과도한 격차를 의미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역시 한국이 빠르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비정규직 비율이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상위권에 있다. 정규직 근로자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높은 고용안정성과 임금, 혜택 등을 누린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한다고 해도 임금이 낮고, 해고율도 높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우리가 직면해 있는 과도한 사교육 열풍과 저출산 등 여러 사회문제와도 관계가 깊다.
보고서는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용보호제도를 유연화하는 것만으로도 중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고용을 5%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진단했다. 경제가 회복되는 구간에서 기업들이 고용과 해고를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생산성 역시 향상된다는 것이다. 임금제도 역시 기존의 연차에 따른 연공서열식 제도보다는 성과에 따른 임금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탐 연구원은 "한국의 고용보호 제도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강한 편"이라며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한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고용에 대한 세금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고용비용과 근로자가 실제 받는 임금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조세격차(tax wedge)를 1%포인트 낮추면 장기적으로 생산성과 고용이 0.6%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같은 제도가 경제가 침체되는 구간에서는 직원을 더 쉽게 해고할 수 있고, 경제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과 같은 사회안전망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탐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등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빠르게 둔화했는데 이는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가 한 원인일 수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개혁은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완화를 우선시하고 사회안전망 강화와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