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와 채권단의 협의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 대규모 미정산 사태에 책임이 있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속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피해 판매자가 반발할 것이 자명한 티메프 합병, 미정산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계획을 내놓은 뒤 각사 자구안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서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재판 절차까지 고려해 피해 복구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티메프 합병 계획을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15일 아시아경제에 "채권자들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각사에서 추진하는 자구책이 우선이 되고 KCCW는 백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티메프 합병을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를 설립하고 채권자들을 설득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그는 "KCCW로의 합병이 채권자, 판매자들에게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게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도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채권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각사 자구책이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는 KCCW 신규법인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수많은 의혹들을 덮으려는 책임 회피성 계획"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대로 구 대표의 계획이 좌절된다면 나름 적극적으로 피해 복구 계획을 마련했지만 판매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실현되지 못한 모양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구 대표의 계획에 대한 피해 판매자들의 반발은 예상돼 왔다. 당장 현금이 급해 도산 위기인 판매자들에게 미정산금 대신 KCCW 주식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데다 사업 정상화나 자본 유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서다.
피해 판매자들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구 대표에게는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주장할 근거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변호사는 "구영배 대표의 계획은 구체적인 투자자 등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수사 결과 구 대표의 사기 혐의가 인정됐을 때, 공공플랫폼 계획 등 사후에도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양형 사유로 얘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판 과정을 염두에 두고 피해 복구를 위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티메프를 법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재판을 고려한 구 대표의 전략이라고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큐텐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변호인 지원을 공지하면서 티메프 임직원은 그룹 차원의 지원 대상에서 모두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검찰 수사는 물론 재판 절차까지 고려해 핵심 정보를 가진 큐텐 측근들과 입을 맞춰 각 사의 경영 실패로 법리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피해 보상을 위한 방법이라며 티메프 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측근만 선별해 법률 지원을 하는 것 등은 검찰 소환을 앞둔 상황에서 법적 대응을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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