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사망, 유족에게 돈 받을 수 있나…법원 판단 보니

가족의 재무 관계 면밀히 살펴야

투자사기 가해자가 범행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가해자의 상속인들이 갚을 의무가 있을까. 법원은 상속인들이 피해자에게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족들은 "상속 포기를 했다"며 변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박근정 판사는 투자사기 피해자 A씨가 가해자(사망)의 상속인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투자금 7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B씨의 남편이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하고 온라인 영업 컨설팅 업무를 제공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 7900만원을 지급했다. 대신 온라인 쇼핑몰의 3개월간 순수익이 3000만원이 되지 않으면 투자금 7900만원을 전액 돌려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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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A씨의 쇼핑몰은 순수익 3000만원에 미치지 못했고, 지난해 5월 A씨는 B씨의 남편에게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B씨의 남편은 돈을 돌려주지 않고 5일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이후 법률구조공단의 조력을 받아 사망한 B씨의 남편을 피고로 투자금 79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다. B씨와 자녀들은 “상속 포기 신고를 해 수리하는 심판이 내려졌다”며 변제를 거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가해자의 재산 경위를 조회한 결과, B씨 부부가 경제활동으로 생긴 재산 대부분을 아내인 B씨 명의로 해 놓은 사실을 확인했다. 가해자가 숨진 뒤 계좌에서 B씨의 계좌로 돈이 흘러간 정황도 포착했다. 결국 공단은 부부가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해 생활하고 있었다고 판단, 변제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상속포기수리심판을 받았지만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해 상속된 것으로 간주한다"며 "가해자가 당초 약속했던 투자 반환금 79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단은 가해자가 경제 공동체를 구성한 가족이 있다면 그 재무 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속재산의 처분, 부정 소비 등 법정단순승인 사유가 없는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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