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린 1달러를 벌기 위해 수고하고 땀을 흘려야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과 우리의 경제학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저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북콘서트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1970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후로 40여년 간 경제정책의 현장에 있었던 강 전 장관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하며 두 번의 경제 위기에 대응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경제정책 공약을 만들었던 장본인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엔 초대 경제 장관으로 임명돼 글로벌 금융위기 돌파의 핵심 역할을 했단 평가를 받는다.
강 전 장관은 이날 북콘서트에서 "지금 국제금융 질서는 엉클 샘(Uncle Sam·미국을 의인화한 캐릭터)이라는 미국 아저씨에 의존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며 "실전 한국 경제학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지만 우린 1달러를 벌기 위해 수고하고 땀을 흘려야 하기 때문에 미국 경제와 한국의 경제학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기축통화국은 돈을 찍어내면 되지만, 우린 달러가 고갈되면 국가부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과 (외환)보유고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입장에선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재직 시절 추진한 고환율 정책에 대해 "야전군 사령관이 야전 병원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면 전쟁을 해낼 수 없듯, 당시엔 야전군의 신음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환율이 오르며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저소득 근로자, 자영업자에게 정말로 죄송하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선 "종부세는 세금이라는 이름을 빌린 정치 폭력"이라며 "인류사에 없었던 세금이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세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5일 발간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우뚝 선 한국경제의 치열했던 40여 년을 기록한 책이다. 기존에 출간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과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 두 권을 묶어 정리했다.
이날 귀빈으로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축사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했지만, 한국은 플러스 성장하며 위기를 이겨냈다”며 “당시 금융 위기를 잘 극복한 덕분에 국제회의에 가면 유럽 수장들이 의자를 가져와 내 옆에 앉으려 하는 걸 보며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위기일 땐 여야도 없고 모든 것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번 북콘서트가 우리의 지난 것을 자랑하기보단 과거를 솔직하게 되돌아보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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