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 만약 내가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처세술의 가장 높은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처세뿐 아니라 전쟁에서도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아는 것은 승리의 지름길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가 중요한 전술의 하나로 실려 있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안다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흔히 싸우는 족족 이기는 '백전백승'으로 알고 있지만, 오히려 '백전불태'가 더 높은 경지다. 전쟁에 나서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전장에서 나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백 번을 싸워 모두 승리한다고 해도 내가 안전하지 못하다면 그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속담이 잘 말해준다. 사람을 아는 것은 오직 지혜로운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 힘이 되는 것이 바로 공부다. 특히 사람에 관한 학문인 인문 고전은 사람을 아는 통찰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노자는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공부를 통해 가능하지만, 나 자신을 아는 것은 내가 지닌 한계를 벗어나야 하기에 어렵다. 욕심, 자존심, 자만심, 교만, 자기 연민, 비교 의식 등 스스로도 제어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가로막는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내 마음이다.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대하는 상대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마음을 통제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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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평안을 얻어야 한다. 시시때때로 흔들리는 마음으로는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흐르는 물에는 얼굴을 비춰볼 수 없듯이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일에 몰두하는 바쁜 일상에서는 더더욱 '잠시 멈춤'의 여유를 내기 어렵다. 혼자됨이 필요한 이유다.
-조윤제,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비즈니스북스,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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