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 자연의 이치이자 생리적인 욕구이므로 거의 대부분이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잠자기 전과 잠에서 깬 다음에는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사람은 낮의 성과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데, 그 일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혼자만의 시간이다.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실력을 쌓고, 능력을 키우는 힘을 얻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낮의 성과가 달라지고, 나아가 미래가 달라진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신독의 기회로 삼았다.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충실한 낮을 보내기 위한 준비로 삼았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은 곧 수양과 치열한 증진의 기회였다. 말년에 이르러 다산 정약용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단 한 권의 책으로 <심경(心經)>을 꼽았다. 그리고 <심경>을 해설한 책 <심경밀험>에서 신독에 대해 이렇게 생각을 밝혔다.
"원래 신독이라 함은 자기 홀로 아는 일에서 신중을 다해 삼간다는 것이지, 단순히 혼자 있는 곳에서 삼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이 방에 홀로 앉아서 자신이 했던 일을 묵묵히 되짚어 보면 양심이 드러난다. 이는 방안 어두운 곳에 있으면 부끄러움이 드러난다는 것이지, 어두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히 악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이 악을 행하는 것은 늘 사람과 함께하는 곳에서다."
다산은 홀로 있을 때 신중히 하라는 가르침을 단순히 공간의 개념, 시간의 개념에 한정하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 단정히 하는 것은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자세이며, 오히려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다른 사람이 모른다고 해서 해를 끼치고 악을 행했던 일은 없는지 혼자 있을 때 돌이켜 보라는 것이다. 다산에게 신독이란 특별한 행동거지가 아니라 그저 일상에서 지켜야 하는 도리였다.
-조윤제,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비즈니스북스,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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