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한배드민턴협회(배드민턴협회)를 정면으로 비판한 가운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안세영이 분명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던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사건과 관계된 지도자들, 코치들로부터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안 선수의 부상, 훈련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아봤다"며 "우리가 안세영에게 더 밀착 지원한 것은 분명하며, 이는 데이터로 다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드민턴 연맹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20~30명이 되고, 주니어와 상비군까지 포함하면 300명 정도"라며 "한쪽에만 지원하면 다른 선수들은 차별받는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안세영이 말을 안 해서 소통이 불가하다"며 "선수촌에서도 접촉했지만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이 불만을 토로한 부상 관리 문제에 대해선 충분한 치료를 해줬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안세영이 파리에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서울 강남의 한 한의사에게 침을 맞고 싶다고 해 그 의사를 파리로 모셔오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재활이 필요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를 막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재활은 국가대표, 선수촌, 팀에서 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개인 치료사가 있는 경우에는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는 병원보다 선수촌 의료실이 더 확실하다. 선수촌에 의사 5명, 물리치료사 20명, 의과학센터 스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무릎 부상이 심각한데도 안세영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출전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안세영은 원치 않게 훈련과 대회에 참가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잘못된 주장"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오히려 협회에서는 몸을 좀 더 보호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는데 본인이 괜찮다며 나가겠다고 했다"며 "현재 메시지 등 분량이 많아서 다 보지는 못했지만 증거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의 발에 맞지 않는 특정 협찬사의 운동화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연맹마다 스폰서십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문제가 있다면 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 회장은 "지금까지 이용대 선수 등 국제적인 선수들을 배출해냈지만 그런 컴플레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안세영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뭔지 파악해서 합리적으로 잘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체육회는 감사원 출신 감사관, 경찰 수사관 출신 체육회 청렴시민감사관과 국민권익위 출신 감사관, 여성위원회 위원 등 외부 감사 전문가 4명과 체육회 법무팀장(변호사), 감사실장으로 조사위를 꾸렸다. 조사위는 파리올림픽 폐회 후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안세영이 지난 5일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뒤 협회를 향한 작심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크게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협회가 안 선수의 무릎 부상을 방치하고, 그를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출전시켰다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협회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 선수는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치료와 5주간의 재활을 받았으며 이후 본인 의지로 국제대회에 복귀했다"며 "대회 출전은 강요가 아닌 선수의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 안 선수의 부상 관리에 소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12명 선수 중 안세영에게만 올해 2월부터 전담 트레이너를 붙여 부상의 관리와 회복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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