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센다 사용해봤나요? 혼자 주사만 놓을 수 있으면 별문제 없어요."
한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다이어트 주사 처방을 의뢰하자 담당 의사가 전화로 답했다. 키와 몸무게를 말하자 "사용 설명서대로 하면 된다"며 처방전을 발급해줬다. 처방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 발행 금액은 4500원이었다. 부작용은 없는지 묻자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비대면 앱을 통한 다이어트약, 주사 등 처방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주사 남용 시 각종 부작용과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쉽고 간단한 비대면 처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약 322만명에게 5억정 이상 처방됐다. 1인당 평균 157정을 복용한 셈이다. 문제는 식욕 억제제의 중독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조사에 따르면 '식욕 억제제의 중독 위험성에 대해 알고 먹었다'는 응답은 전체 22.5%에 그쳤다. '처방 시 의료진으로부터 중독 가능성에 관해 설명 들었다'는 응답도 50%뿐이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엔 다이어트 주사를 쉽고 간단하게 처방받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실제 한 비대면 진료 앱에 접속하자 많이 찾는 처방에 '다이어트 주사'가 올라있었다. '전국적으로 재고가 부족해 약국에 재고 여부를 확인해달라'라는 알림도 떴다.
최근 다이어트 주사를 처방받았다는 이모씨(28)는 "휴가를 앞두고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 하다 보니 급하게 다이어트 주사를 처방받았는데, 동네 약국에선 재고가 없어 인천에서 종로까지 다녀왔다"며 "주변에서도 다이어트 주사는 그냥 감기약처럼 필요할 때 처방받아 자유롭게 사용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주사가 메스꺼움, 무기력증 등 부작용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당뇨 환자 등에겐 처방이 부적절해 반드시 의사와의 면밀한 상담이 필요하다며 간단하고 편리한 비대면 진료에 우려를 내비쳤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과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는 아스피린조차도 위장 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다이어트 주사 역시 당연히 부작용을 수반하고 중독 증상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의사와 대면 진료가 필요한 부분이며, 비대면으로 무분별하게 다이어트 주사를 처방받다 보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저품질의 약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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