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위기를 겪는 한국이 이민 문호를 개방하지 않으면 약 50년 뒤 1인당 국민 소득이 20% 넘게 급감할 것이라고 미국 싱크탱크가 경고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앞으로 40년 동안 외국인 근로자를 전체 노동력의 15% 비중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민이냐 침체냐 : 오늘날 한국의 고령화·경제성장, 세계의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PIIE 비상주 선임 연구원인 마이클 A. 클레멘스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주 노동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인구학적 어려움으로 한국은 소득과 경제 성장에서 큰 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외국인 근로자 수는 100만명으로 전체 노동력의 3% 규모다. 보고서는 한국이 2024년 이후 외국인 근로자 추가 유입을 막는 '제로(0) 이민' 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한 후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은 18년 후인 2042년 1인당 소득이 10% 감소하고, 40년 뒤인 2064년엔 소득이 20%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제로 이민 정책의 여파는 주요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2072년까지 1인당 소득이 21% 줄어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은 소득이 평균 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우리나라의 소득 감소폭은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다음으로 스페인이 14%, 중국이 13%, 이탈리아와 독일이 각각 11%, 일본과 호주가 10%씩, 미국이 8% 소득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2023년 기준 0.72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만큼, 생산가능인구 급감으로 경제적 타격 또한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한국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하락을 피하려면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말레이시아나 호주의 사례를 참고해 외국인 근로자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1982년 3%에서 현재 13~14% 수준으로 확대됐다. 호주도 15%를 넘는다.
클레멘스 선임 연구원은 "한국은 향후 40년 동안 외국인 근로자 비중을 전체 노동력의 15%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는 고령화로 인한 경제 성장률 하락의 대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고령화에 대응해 이민 정책에 더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한국의 경험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의) 바다를 항해하는 한국의 선택에 전 세계 정책 당국자들이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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