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발(發) 미국 주식 주간거래 체결 취소 통보 사태로 국내 9만계좌에서 63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근본적 원인이 국내 증권사가 아닌 해외 거래소에 있는 만큼 당국이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고의나 과실로 인한 피해가 아닌 만큼 증권사가 직접 피해보상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당국은 증권사·투자자 간 자율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미국 주식 주간거래 체결 취소 통보 사태로 인한 취소거래 금액 규모는 총 6300억원이다.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증권사는 19개사며, 약 9만개 계좌에서 거래가 취소됐다. 시장에 알려졌던 NH투자·미래에셋·삼성·KB·키움·토스증권 등을 비롯해 사실상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은 현지 브로커와 블루오션의 확인을 거쳐 취소된 거래를 선별하고 투자자별 증거금을 재계산하는 등 계좌를 원상 복귀한 후 주문접수를 재개했다"며 "소요시간이 증권사마다 달라 주문접수 재개 시점이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원상복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주간거래 매수 후 취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규장 매도 시 공매도가 발생할 수 있고, 주간거래 매도 후 취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규장 매수에 나설 경우 미수금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증권사는 블루오션과 제휴해 미국 주식 데이마켓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난 5일(한국시간) 블루오션에서 거래체결시스템이 셧다운되면서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될 거래를일방적으로 취소했고 발생 손익도 말소 처리됐다. 이날은 아시아 증시 폭락 영향으로 미국 뉴욕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던 '검은 월요일'이기도 하다. 국내 증권사 외에도 미국의 유명 증권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인 더내셔널데스크(TND)는 "로빈후드에서는 24시간 거래가 5일(현지시간) 이른 아침 시간대에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고 전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당일 거래 취소는 물론 증권사들의 후속조치와 관련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간 거래가 종료된 후 정규장이 시작됐음에도 이전 주문 체결 취소 여파로 정규장 거래에서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왔다. '블라인드' 등 커뮤니티에서 투자자들은 "정규장이 시작됐는데도 계좌를 막아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 "(결제가 취소됐음에도) 예수금으로 이미 잡혀서 주문 취소를 할 수 없어 정규장 거래에서도 제약이 있었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는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집단소송에 나서겠다며 피해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를 계기로 증권사 제재에 착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7일 오후 3시 기준 금감원에는 109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금감원은 "현지 대체거래시스템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일방적 거래취소로 발생해 국내 증권사의 귀책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항"이라면서도 "증권사와 투자자 간 자율 조정을 우선 추진하는 등 투자자 불만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변동장세 속 늘어난 거래량을 감당하지 못한 블루오션 측 시스템 오류 때문이다. 블루오션은 아시아경제의 이메일 문의에 "한국 증권사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며 "이 문제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이 급증한 데 따른 용량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루오션은 투자자에게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모든 가입자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기술팀은 현재 시간 외 거래를 재개할 시기를 타진 중이며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적시에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블루오션의 시스템은 불완전한 상태다. 지난 6일 휴장 후 7일 기준 29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해서만 서비스가 재개됐다. 블루오션 측은 제휴된 국내 증권사에 일부 ETF만 거래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현재 거래가 가능한 ETF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대표 지수 또는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들이다. 다만 이 중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반도체 ETF 'SOXX'과 'SOXS' 'SOXL'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블루오션은 현재 시스템 보완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말까지 완료할 계획으로 공지했으나 추가 종목의 거래 재개 여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 주식 투자 안내를 할 때 현지 유동성 문제 등으로 거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며 "고의나 과실에 의한 거래 취소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법적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해외 주식거래는 현지 브로커나 거래소의 안정성에 따라 시스템 장애, 시세정보 오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투자자 주의도 당부했다. 특히 주간거래는 1개 대체거래시스템에서 우리 투자자의 전체 거래물량을 체결한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금감원도 해외주식 투자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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