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판매자에 불리한 '유보금' 제도 운영…수억 물린 업체 수두룩

프로모션 참가 땐 매출의 20~30% 유보금
프로모션 종료돼야 유보금 정산 가능
수년간 수억원 유보금 쌓아둔 판매자 상당수
티메프 자금 돌려막기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

정부가 6월과 7월 정산되지 못한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을 8000억원 이상 규모로 추산한 가운데 조 단위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판매자들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추산한 미정산금에는 ‘유보금’이 일부만 포함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8일 유통업계와 티메프 피해 판매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티메프는 ‘딜 정산 유보금’ 제도를 운영해왔다. 티메프의 정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판매자 정산과 딜 정산이다. 판매자 정산은 일반적으로 판매자가 플랫폼에 입점해 매출을 올리고 정산을 받는 것을 뜻한다.

카드사 결제대행업체(PG사)의 티몬, 위메프 관련 소비자 결제 취소가 본격화 되면서 이르면 1일 부터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지원센터에 위메프, 티몬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전담 창구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카드사 결제대행업체(PG사)의 티몬, 위메프 관련 소비자 결제 취소가 본격화 되면서 이르면 1일 부터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지원센터에 위메프, 티몬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전담 창구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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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딜 정산이다. 딜은 할인 행사 등 프로모션을 뜻한다. 판매자가 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매출의 20~30%를 유보금으로 쌓아둬야 한다. 이 유보금은 딜이 종료되는 시점에 정산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1년짜리 딜에 참여해 매달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이 판매자는 매달 3000만원의 유보금을 제외한 7000만원만 정산을 받는 식이다. 그리고 1년간 쌓인 유보금 3억6000만원은 딜이 끝난 다음 달 정산을 받을 수 있다.

유보금을 쌓아둬야 하지만 판매자들에게 딜 정산은 인기가 높았다.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제품 노출 빈도가 증가해 판매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제품에 할인이 적용되는 만큼 판매가 늘어 매출도 증가한다. 또 최장 70일의 정산 주기인 판매자 정산보다 딜 정산이 정산 주기가 30일가량 짧은 점도 이점이다. 이에 딜을 수년간 이어오는 판매자가 많았고, 이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의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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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보금은 티메프의 정산자금 ‘돌려막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유보금은 판매자가 딜 종료를 요청해야 정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정산 주기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판매자가 딜 종료를 요청하더라도, 티메프는 다른 판매자들에게 딜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모아 돌려막기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정황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딜에 참여한 판매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티몬 측으로부터 딜 참여 제안을 받았다는 이모씨는 “의심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티몬에서 10년 넘게 수건 등 생활용품을 판매한 그는 “5월부터 7월까지 딜에 참여했는데, 이상하게 해당 딜에서 25% 할인 쿠폰을 마구잡이 뿌려댔다”며 “해당 할인 쿠폰은 판매자가 7%, 티몬이 18%를 부담하는 구조였는데 티몬은 역마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할인 쿠폰을 뿌려댄 덕에 단가가 높지 않은 수건 제품으로 3개월 동안 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결국 이 사달이 났다”며 “티몬이 당장 돌려막을 현금이 없으니 작정하고 사기를 친 것”이라고 분개했다.

한편 정부는 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를 현재까지 2745억원으로 추산했다. 6~7월 거래분을 포함하면 3배 이상 늘어나 최소 8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수년 전부터 쌓여 있는 유보금을 더하면 미정산 판매대금은 조단위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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