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테크나우]온난화 공범 '메탄' 잡자…'소 트림'에도 세금 규제

메탄, 온난화지수 80배
미국·유럽 속속 규제 도입
베조스는 메탄위성에 기부
덴마크는 소 트림세 부과
EU는 수입화석연료 규제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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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초오염 온실가스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베조스지구기금은 메탄위성(MethaneSAT)에 1000만달러(약 137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탄위성은 비영리환경단체인 환경보호기금(EDF)이 지구 상공에 위성을 띄워 어느 곳에서 얼마만큼의 메탄을 배출하는지 측정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3월 성공적으로 발사된 위성은 하루 15번 지구를 돌며 세계 곳곳의 메탄 배출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한다. EDF는 메탄위성이 수집한 메탄 배출 정보를 인터넷에서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베조스지구기금은 2020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100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기금이다.

환경보호기금(EDF)이 지난 3월 발사한 메탄위성(MethaneSAT)은 전세계의 메탄 배출량을 상세히 측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미지출처=methaneSAT.org

환경보호기금(EDF)이 지난 3월 발사한 메탄위성(MethaneSAT)은 전세계의 메탄 배출량을 상세히 측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미지출처=methaneSA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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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국가의 관심이 이산화탄소에서 메탄 배출 감축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메탄 배출에 대한 규제를 발표했다. 메탄을 주요 성분으로 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입국이자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인 메탄 규제 강화 움직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온난화 지수 이산화탄소의 80배

메탄(CH4)은 무색무취의 질식성 가스다. 주위에서 흔하게 접하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이 메탄이다. 천연가스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안전을 위해 부취제를 섞었기 때문이다. 메탄은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 습지나 저수지, 농지, 음식물 처리장, 하수 및 폐수 처리시설 등에서 유기물이 분해하면서 생긴다. 이외에 석유 및 가스 생산시설에서 소각(Flaring)하거나 방출(Venting)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다량으로 공기 중에 배출되기도 한다. 석유화학 공장에서 메탄가스가 누출되기도 한다.


에너지 전문 컨설팅 기업 우드매킨지가 발간한 ‘보이지 않는 임무: 석유와 가스 산업의 메탄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출하는 메탄의 33%는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나머지 67%는 인류의 활동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류의 활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농업(27%)과 석유 및 가스 분야(1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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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메탄에 주목하는 것은 6대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850년 이후 현재(2020년)까지 지구 표면 온도는 1.09도 상승했으며 이중 이산화탄소는 0.8도, 메탄은 0.5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100~300년으로 길다. 이에 비해 메탄은 체류 시간이 12년으로 짧지만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약 80배(20년 기준)에 달한다. 이에 따라 메탄 배출량을 줄이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년에 열린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는 글로벌 메탄 서약(GMP)을 체결했다. 이 서약에는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등 150여개국이 참여했다.


그러나 서약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지난달 31일 EDF가 항공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운영 시설에서는 매년 750만t의 메탄이 누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추정한 것보다 4배나 많은 것으로 미국 전체 가구 절반이 1년에 사용할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 BP, 셸, 엑손모빌 등 50개 석유 회사가 지난해 유엔(UN) 기후정상회의에서 자발적으로 발표한 양의 8배에 달한다.

美·유럽 속속 메탄 규제 도입

메탄 배출 규제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낙농 국가인 덴마크는 지난 6월 말 세계 최초로 ‘트림세’를 도입했다. 가축이 소화하면서 내뿜는 트림이 가축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조치에 따라 덴마크 농가는 2030년부터 소나 돼지 등 가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환산 1t당 300크로네(약 6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2035년부터는 세금이 1t당 750크로네(약 15만원)로 인상될 예정이다. 다만 실제로는 60%의 세금 공제 혜택이 제공돼 2030년 기준 이산화탄소 환산 1t당 120크로네(약 2만4000원)가 부과될 예정이다.


덴마크 정부는 세금 부과와 별도로 농업 분야 친환경 시스템 전환에 400억크로네(약 8조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덴마크 정부는 이를 통해 메탄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7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덴마크의 조치는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덴마크 농민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유럽 국가 전체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에너지 산업에 대한 메탄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에너지 부문 메탄 배출 감소 규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 기업은 메탄 배출량을 측정·보고·검증(MRV)하고 보고 해야 한다. 또 2027년까지 유정에서의 방출 및 소각을 금지한다.


특히 EU의 조치가 관심을 끄는 것은 수입 화석 연료에 대해서도 메탄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EU로 석유나 가스, 석탄을 수입하는 업체는 생산 기업의 연간 메탄 배출량을 EU 당국에 보고하고 메탄 감축 방안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또 2030년부터 EU로 수입하는 화석연료의 메탄 집약도는 EU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제한 기준인 메탄 집약도 최대값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일종의 수입 규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탄 규제가 제2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앞서 미국 EPA는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2038년까지 미국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 매출량의 80%(5800만t)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온실가스 및 대기 오염 물질의 누출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고해야 한다. 또 제3자에 대해 배출 감지 권한을 부여하고 위성 및 항공을 이용한 원격 감지 기술을 허용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서도 메탄 감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IPEF 협정서 따르면 참여국들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석유 가스 가치사슬에서 메탄 소각, 방출, 누출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용어

6대 온실가스와 온난화 지수=1997년 교토의정서에서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을 6대 온실가스로 정의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다른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낸 것이 지구온난화지수(GWP)다. 10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메탄의 온난화 지수는 21(20년 기준시는 80), 이산화질소는 310이다.





강희종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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