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만 해도 138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로 떨어지며 석 달여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잇따른 금리 결정 발표와 예상보다 부진한 미국 경기 지표 결과에 환율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 여파로 미국증시가 폭락하고 국내 증시도 폭락했던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월요일인 5일 국내 증시는 개장 초부터 폭락해 한때 100포인트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전광판에 각종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원본보기 아이콘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새벽 2시 종가 기준)보다 3원 오른 1359원에 개장했다. 이는 시가 기준 5월 20일(1354원) 이후 석 달여 만에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새벽 2시 1356원에 거래를 마치며 오후 3시 30분 종가(1371.20원)보다 15.2원 내린 가격에 마감했다.
지난주 초만 해도 138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지난달 31일부터 주요국의 잇따른 금리정책 발표에 변동성이 대폭 확대됐다.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86.2원까지 올랐지만, 3일 새벽 2시 1356원까지 내리며 3거래일 동안 30원 넘게 등락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직후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31일, 100엔당 900.88원(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6.65원 올랐다. 이후 지난 1일 100엔당 910.71원, 2일 919.93원을 기록하며 3거래일 동안 20원가량 올랐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150엔대 중후반에 머물던 엔·달러 환율은 140엔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원화도 이에 동조했다. 영란은행(BOE)도 지난 1일(현지시간) 팬데믹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됐다. 불과 하루 뒤인 1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조업 지수가 시장에 기대에 못 미쳤고, 다음날 발표된 고용 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9월 Fed의 금리 인하 폭이 0.5%포인트로 확대될 수 있단 기대가 커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향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중반까지 내려갈 거란 분석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Fed가 0.5%포인트까지 빅컷할 가능성이 커졌고 향후 엔·달러 환율이 내려갈 여지가 있다"며 "연말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한국 역시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어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3분기 고점을 찍고 둔화할 가능성이 크단 점, 11월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 등 대내외적 여건을 감안하면 원화가 강세로 가기엔 많은 벽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원·달러 환율은 약달러와 연동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크게 강세로 가긴 어려워 1300원대 초중반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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