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에 대해 법원이 1개월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적용한 가운데, 구영배 큐텐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이른바 가칭 ‘K-커머스’ 쇼핑몰로 합병해야 살려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5일 구 대표는 아시아경제에 "ARS 기간 두 회사를 K-커머스로 합병하는 것이 각사를 위해 최선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각각의 회사를 큐텐에서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방향이 전혀 다르다. 이에 대해 구 대표가 자신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노림수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구 대표의 계획은 티메프를 ‘K-커머스’로 합병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의 채권 일부를 이 회사의 CB(전환사채)로 전환해 주주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피해 판매자에게 대금 대신 합병 회사의 주식을 줄 테니 회사를 먼저 살리자는 것인데 부도 위기에 몰린 판매자들이 이 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구 대표는 "K-커머스가 판매자에게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체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구 대표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K-커머스 합병'을 고집하는 이유는 채권단(판매자)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면 향후 법적 책임을 감경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변호사는 "사기 혐의의 경우 나중에 피해 복구를 위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면 중요한 감형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또 처음부터 피해자를 속일 의지나 고의가 없었다고 설득하면 이 역시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등으로 검찰의 칼끝이 구 대표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 대표 입장에선 채권단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사법처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K-커머스 합병안은 구 대표의 ‘모면책’일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동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임금 등 공익채권 변제나 회사 운전 자금이 여의찮은 상황에서 채권단 설득 시도는 제스처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구 대표의 계획은 티몬과 위메프가 각각 분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도 배치된다. 티몬은 ARS 프로그램 결정 이후 대형 투자사와 투자 유치, 매각 논의 등을 시작했다. 위메프도 류화현 대표 주도로 인수합병(M&A)을 논의 중이다. 기업회생 신청의 당사자가 아닌 인터파크커머스도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큐텐 측에 미수금 등을 돌려받기 위한 내용증명을 보낸 상황이다. 큐텐의 국내 e커머스 자회사 모두 각자도생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분리 매각안도 미정산 금액 등 채무 규모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e커머스 업계는 본다. 큐텐의 대주주인 몬스터홀딩스와 원더홀딩스도 자금 투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부 자금 유치도 쉽지 않다.
구 대표는 이에 대해 "ARS 기간에는 각사가 다른 구제방안을 먼저 찾아보도록 (법원으로부터) 요구되는 것"이라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ARS 기간 자구책을 찾는 것과 관계없이 자신은 양사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티몬과 위메프가 (각사 대표이사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매각 작업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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