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팔고 현금 늘린 버핏…美 경기침체 내다봤나

올 들어 애플 지분 55.8% 매각
현금 보유 규모 역대 최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애플 지분을 절반으로 줄이고 현금 보유액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버핏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버크셔가 6월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애플 지분 가치는 842억달러(약 115조원)다. 지난해 말 기준 1743억달러(약 237조원)에서 6개월 새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올해 들어 매각한 애플 지분만 55.8%로 추정된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역대 최고 수준인 2769억달러(약 377조원)로 늘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버크셔는 앞서 지난 1분기 공시 때도 애플 지분 약 1억1500만 주를 매각했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1분기 애플 주식 매각은 향후 자본이득세율 인상에 대비한 처사였다며 애플은 여전히 중요한 장기 투자 대상이라고 주주들을 안심시킨 바 있다. 그러나 2분기에도 애플 지분이 절반으로 감축되면서 절세 목적이었다는 버핏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BC는 "이번 매각 규모를 보면 단순한 세금 절감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애널리스트 짐 섀너핸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매각이었다"며 "버핏은 주식 시장에 더는 매력적인 기회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 악화로 투자자들 사이에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점도 버핏의 매각과 현금 보유에 의미를 부여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앞서 7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경기 위축을 뜻하는 50 아래에 그쳤고,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위축 시그널을 강화했다. 이에 지난주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고, 닛케이도 6% 가까이 폭락해 역대 두 번째 낙폭을 기록했다.

캐시 세이퍼트 CFRA 애널리스트는 "버크셔의 상황과 거시경제 데이터를 고려할 때 회사가 방어적인 스탠스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어스테드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전무이사 짐 아와드는 "버핏은 돈 냄새를 잘 맡는다"며 "경기 침체에 대비해 주식 저가 매수 목적으로 현금을 모으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장보다 0.69% 오른 219.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버크셔의 주가는 0.80% 떨어진 428.3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