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눈알 붙이기' 만큼 쉽다…회사 차려 1조원 번 20대 [테크토크]

스케일AI 공동창업자 알렉산더 왕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뛰어들어
20대 중반에 개인 자산 '1조' 신화

인공지능(AI)을 훈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아무 데이터나 '학습용 데이터'가 되는 건 아닙니다. 훈련에 유용하게끔 데이터를 걸러내고 제련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를 일명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하지요.


데이터 라벨링은 별다른 AI 관련 직무 능력이 없어도 쉽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대신 워낙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터라 일손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컴퓨터 산업의 '인형 눈알 붙이기'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형 눈알 붙이기 사업에 일찍이 뛰어들어 개인 자산을 1조원으로 불린 20대 청년도 있습니다.


19살에 데이터 회사 차린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창업자 알렉산더 왕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스케일AI 창업자 알렉산더 왕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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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스케일AI'는 1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아직 비상장기업인 스케일AI의 기업 가치는 현재 138억달러로 추정되며,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산더 왕의 개인 자산은 원화로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왕은 2016년 아직 만 19세였을 때 스케일AI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8년 만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거느리는 20대 억만장자로 거듭났습니다. AI로 부를 일군 1세대 기술 사업가라는 명예로운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습니다.

선진국 개발자, 개도국 알바로 라벨링 사업 장악하다

스케일AI는 앞서 설명한 대로 데이터 라벨링 업무를 처리하는 기업입니다. 메타, 구글, 딥마인드, 오픈AI 등 내로라하는 세계 최대의 AI 기업들이 스케일AI와 업무협력(MOU)을 맺고 있습니다.


특히 스케일AI가 주력하는 분야는 컴퓨터 비전 관련 데이터 라벨링입니다. 이는 이 회사가 처음 업계에 자리 잡을 때, 주로 자율주행 AI 개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데이터 라벨링의 예시. 컴퓨터 비전에 자동차를 인식시키려면, 이미지 내 자동차에 수작업으로 마킹을 해주면 수월해진다. [이미지출처=스케일AI 홈페이지]

데이터 라벨링의 예시. 컴퓨터 비전에 자동차를 인식시키려면, 이미지 내 자동차에 수작업으로 마킹을 해주면 수월해진다. [이미지출처=스케일A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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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데이터 라벨링이 대체 뭘까요. 작금의 AI는 훈련용 데이터에서 '패턴'을 인식해 학습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패턴을 더 명확히 이용하려면 AI가 데이터 내 중요한 부분을 더 잘 인식하게끔 강조 표시를 해야겠지요. 예를 들어 컴퓨터 비전 AI에 사과라는 물체를 더 명확히 인식하게 하려면 사진 내 사과에 강조선을 그려주면 될 겁니다. 이런 작업이 데이터 라벨링입니다.


데이터 '인형 눈알 붙이기'는 현재진행형

데이터 라벨링 자체는 고도의 지식을 갖춘 전문 컴퓨터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수천 수만 장에 이르는 데이터 모두 라벨 처리를 해야 하는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스케일AI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플랫폼화하고,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인력을 적극 활용해 비용 경쟁적인 라벨링 서비스를 구현한 최초의 기업입니다.


오늘날 스케일AI는 국제 IT 산업의 산실인 미국 실리콘밸리와 영국 런던에 핵심 개발 본부를 두고 있지만, 실제 라벨링 작업 자체는 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파트 타임 노동자의 손을 빌려 수행합니다. 덕분에 다른 경쟁 기업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라벨링을 제공할 수 있었고,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라벨링 하청 업체로 자리 잡은 겁니다.


자동화는 AI 빙산의 일각…소요 인력은 늘어나기만 해

스케일AI 비즈니스 모델은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스케일AI 비즈니스 모델은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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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AI의 성공 비결은 마치 장난감, 섬유 등 전통 제조 산업의 양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 영국에 있는 본사에선 디자인이나 기술 개발에만 힘쓰고, 실질적인 제조 인력은 값싼 개도국에서 고용하는 방식이지요. 그런 점에서 데이터 라벨링이 '인형 눈알 붙이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건 제법 맞아떨어지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AI는 여전히 인간의 손 없이는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AI를 이용한 업무 자동화는 'AI 산업'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극히 일각일 뿐이라는 겁니다.


실제로는 훈련 작업에 동원되는 무수한 라벨러들,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유지보수하기 위한 인력, 이를 관리하고 시스템 통합할 IT 엔지니어 등 수많은 '인간 협조자'를 필요로 합니다. 게다가 AI 투자가 갈수록 늘어나기만 하는 현 상황에선 이런 인력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질 겁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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