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덩치를 키워 양사 물류담당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구상은 사실상 ‘허언’으로 드러났다. 이 구상이 실현되려면 큐익스프레스가 티메프의 ‘물류 전담업체’여야 하는데, 티메프 판매 상품 대부분은 큐익스프레스가 아닌 다른 국내 택배업체가 담당한다.
2일 아시아경제가 큐익스프레스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 회사가 티몬·위메프에서 올린 매출은 총 22억원(각각 10억2000만원, 1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회사 지난해 총매출액 810억원의 2.6%다. 큐익스프레스 전체 물동량 중 티메프 등을 통한 국내 비중은 10%에 그쳤다. 나머지 90%는 티메프 등과 직접 관계없는 해외 물량이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소비자가 티메프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배송은 판매자들이 자체 계약한 택배업체를 통해 진행된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 등 제각각이다. 큐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는 극소수이다. 티메프 판매량 증가가 큐익스프레스 물동량 증가로 거의 이어지지 않는 구조이다. "쇼핑몰 판매량 증가를 물류업체 매출 증가로 잇는 그림은 거래물량 거의 전부를 사입 판매한 뒤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통해 배송하는 쿠팡에서나 가능하다"고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e커머스업계는 구 대표가 티메프 매출 증대에 집착한 이유는 양사의 유동성을 큐텐그룹이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1일 구 대표와 티메프 등의 압수수색 이후 이 부분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티메프 인수 직후 두 회사의 재무조직을 해체해 큐텐테크놀로지로 옮긴 이유도 티메프의 자금을 쉽게 끌어 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 대표는 미국 e커머스 업체 위시 인수 자금 400억원을 티메프에서 대여금 형태로 끌어다 썼다.
이 외에도, 큐텐그룹은 심각한 부실에 빠진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을 관계사끼리 돌려막기식으로 꺼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메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현재 티몬에 250억원의 차입금이 있고, 큐텐 본사와 큐익스프레스에 총 151억1000만원의 대여금이 있다. 티메프의 자금 사정상, 이 금액의 상당 부분은 원래 판매사에 지급할 정산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당국은 본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 대표는 큐텐그룹의 ‘현금유입원’인 티메프를 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 대표는 이날 아시아경제에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K-커머스 공공플랫폼을 만들고 판매자가 대주주가 되는 정상화 방안을 위해 지금부터 판매자들을 설득해가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가 판매자들을 설득해가겠다는 것은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날 오후 법원은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몬과 위메프의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심문을 진행하는데 양사는 법원이 회생제도 내에서 운영 중인 ARS프로그램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변제 방안의 실효성이 문제다. 구 대표는 큐텐의 티몬·위메프 보유 지분을 100% 감자하고 자신의 큐텐 지분 38%는 합병법인에 백지 신탁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가 채권 일부를 CB(전환사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부도 위기에 몰린 판매자들이 변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이 안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구 대표는 "좀 더 설득력 있게 내용을 채워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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