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베이징쌀을 먹게될지도

최근 중국 베이징에 폭우가 내리는 일이 잦다. 쨍쨍하던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뒤편으로는 햇빛이 내리비치는 하늘이 함께 보이는 아리송한 풍경도 종종 연출된다.


얼마 전엔 왕징 차오양구에서 15km가량 떨어진 하이뎬구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출발할 때는 자동차 바퀴 절반 이상이 잠길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중간에 차를 돌려야 하나 걱정할 정도. 하지만 고민 끝에 강행해 도착한 하이뎬구는 파랗고 말간 하늘에 아무 일도 없어 보였다. 기사는 "여기는 비가 오지 않았거나 아주 조금만 온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베이징 펑타이구에는 시간당 39.9mm의 비가 내렸는데, 전국 시간당 강우량이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건조함'의 대명사 베이징에서 곧 논농사가 가능해지고, 그렇게 재배한 쌀을 먹게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베이징은 당초 여름에도 비도 잘 오지 않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 덕에 한낮 기온이 크게 올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그늘은 제법 쾌적하고 시원해 견디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비에 습하고 푹푹 찌는 남부 지역식 더위가 일상이 됐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어떤 기업에겐 악재다. 올림픽과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 등으로 매출이 급반등 할 것으로 기대했던 맥주 회사가 대표적이다. 버드와이저의 경우 올해 중국 시장 단일 분기(2분기) 판매량이 10.3%, 매출은 15.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주요 시장인 푸젠성과 광둥성이 지속적인 폭우를 겪었다"면서 "이같은 날씨가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일재경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맥주 업계 실적은 예년과 비교해 악화했다. 지난 1~6월 중국의 지정 규모 이상 기업의 누적 맥주 생산량은 1908만8000리터로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적으로는 예년 수준을 간신히 사수했지만, 월별로 보면 3월 이후 맥주 생산량은 전년 대비 계속해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4월은 6.5%, 5월은 9.1%, 6월은 4.5% 줄었다.


중국 중남부는 한 달째 이어진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는 상반기에만 폭우에 따른 재난으로 230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고, 이재민도 1430만명을 웃돌았다. 이상기후 탓만 하고 있기에는 남 일이 아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