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구속이라는 최대 위기를 맞아 구원투수로 나선 정신아 카카오 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대표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쇄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창업자의 부재로 인한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정 대표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정 대표는 김범수 전 CA협의체 공동의장이 맡던 경영쇄신위원장직도 대행하기로 했다. 그는 쇄신 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총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 대표가 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으로 내정됐을 당시에도, 그가 쇄신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이는 그가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지냈고, 카카오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활동해온 이력 때문이었다. 기존 카카오 내부 인물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취임 이후에도 정 대표는 쇄신과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카카오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카카오 CTO로 공식 선임했다. 정 CTO는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카카오뱅크 CTO를 맡으며, 카카오뱅크 상장 3거래일 만에 보유 주식 10만6000주를 매도해 약 66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2주 후에는 나머지 주식 1만1234주를 주당 9만1636원에 모두 매도해 10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이러한 인사 조치에 대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정 대표가 내걸었던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와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를 통한 두드러진 성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 대표는 지난 6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공개 행사에서 "상반기에는 (쇄신을 위한) 준비를 했다면 하반기에는 (쇄신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간의 행보와 총수 부재라는 카카오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쇄신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카카오의 주력 자회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총수를 대신해 경영상 중요한 의사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제기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이 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렵다"며 "카카오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2의 창업이라는 결연한 의지와 더 나아가 '김범수 지우기'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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