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찾은 서울 강남구 위메프 사옥. 70평 규모 텅 빈 사무실에 놓인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셀러(판매자) 정모씨(35)가 눈물을 글썽였다. 정씨는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와 티몬에서 청소용품 등 생활 잡화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5월 판매 대금 2억원이 이달 말까지 정산되지 않으면서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정산 전에 받았던 선(先) 정산 대출도 족쇄가 됐다. 정씨는 시중은행에서 6%대 이자를 주고 자금을 융통해왔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 대금 정산까지 약 두 달이 소요되기에 대출을 통해 납품 대금을 해결해 온 것이다. 대출금은 판매 대금이 입금되는 즉시 상환했다. 그러나 5월을 비롯해 6월과 7월 대금까지 정산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정씨는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정씨는 "대출금과 직원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 약관 대출까지 모조리 끌어 썼다"며 "직원들은 이겨내자며 애써 웃고 있지만, 마음이 찢어진다"고 토로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도산 위기에 처한 셀러들이 판매 정산금 지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제때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납품업체를 포함해 연쇄 도산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셀러에게 선 정산 대출을 내준 금융권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일 금융당국이 파악한 5월 기준 미정산 판매대금은 티몬 1097억원, 위메프 565억원으로 총 1662억원이다. 6월과 7월분을 합하면 미정산 금액은 더욱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셀러 개개인 피해 금액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에 이른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농산물을 판매해온 셀러 김모씨(45)는 5월 기준 5억3000만원의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 6월과 7월분까지 합하면 피해 금액은 7억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김씨는 "주변에 17억원대 피해를 본 셀러도 있다"며 "다들 납품업체가 대금 상환을 독촉할 것을 걱정해 공공연하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울먹였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납품업체 연쇄 도산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셀러 대다수가 중소 영세 판매업자다. 이들이 자금 경색에 빠질 경우 셀러에게 제품을 공급한 업체들은 제때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위메프에서 음료 부자재를 판매해 온 셀러 임모씨(52)는 "우리가 부도가 나면 납품을 했던 업체들에도 줄줄이 대금을 주지 못하는 사태가 초래된다"며 "셀러만 피해당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준의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이 입을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KB국민은행 등 시중 은행 3곳은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선 정산 대출을 제공해왔다. 해당 상품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매금 정산 주기에 맞춰 짧게는 약 10일에서 길게는 60여일간 대출을 진행하고 정산금 입금에 맞춰 상환하는 구조다. 시중은행은 대출을 조건으로 연 6% 이자를 받아왔다.
한편 피해 규모가 일파만파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자금 투입을 통해 사태 진압에 나섰다. 금융위는 29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피해업체 금융지원 회의'를 열고 피해기업 대출과 보증 만기를 최대 1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상공인 피해 최소화 차원에서 최소 5600억원 규모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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