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기도를 막지 못해 도마 위에 오른 미 비밀경호국(SS)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야외 집회 및 유세 활동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SS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받은 이후 트럼프 선거 캠프에 향후 대규모 야외 집회 및 행사 일정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트럼프 캠프 측은 농구 경기장을 비롯해 수천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실내 공간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외 집회 애호가로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새 대선 경쟁 상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임에도 야외 집회가 지닌 현장 분위기와 홍보 효과를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는 첫 대선 출마 이후 수백 번의 야외 집회를 열었다"며 "주차장에서 열리는 테일게이트 파티, 집회장 근처에 늘어선 상인들, 대규모 퍼레이드 등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컬트적 인기를 끌어모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맡았던 사라 매튜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람들이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해 야외 행사장이 빨리 채워지지 않으면 종종 화를 냈다"며 "그는 군중과 함께 있을 때 큰 기쁨과 에너지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도 실내 집회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쉬워 보안에는 유리하지만, 비용이 더 비싸고 야외 집회만이 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편 킴벌리 치틀 SS 국장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전날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사퇴 거부 의사를 표명한 지 하루만이다. 치틀 국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국장으로서 보안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며 "최근 사건과 관련해 무거운 마음으로 국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새 경호국장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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