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감사위원을 2인 이상 분리선출할 경우 지배구조 우수 기업으로 평가해 지정감사 면제 심사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다. 분리선출하는 감사위원이 2명 이상인 경우 감사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경영진을 감시하는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인센티브 중 하나인 지정감사 면제 가점 항목으로 감사위원을 2인 이상 분리선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는 밸류업 방안을 발표하면서 인센티브 중 하나로 지배구조 개선 우수 기업에 외부감사인 지정 면제 심사 시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정감사제는 상장사 등이 6년간 외부감사 회계법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하고, 3년간은 정부가 지정한 회계법인에 감사를 받는 제도다. 지정감사는 자유 선임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상장회사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현재 상법(제542조의11 제1항)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감사위원회 감사위원은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중 최소 1명은 반드시 주주총회에서 '3%룰' 적용과 함께 분리선출(상법 제542조의 12)해야 한다.
금융위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최소 2명 이상 분리선출하는 상장사에 지배구조 우수 기업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은 3명 이상 구성되므로 주총에서 분리선출된 감사위원이 2명 이상이라면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는 방안은 2020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의무화됐다. 이전에는 대주주가 선임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 후보를 뽑았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위원이 대주주 선임에 의해 선출되므로,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분리선출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상장사에서는 '3%룰'을 역이용해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무력화시키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A 상장사 주주연대 관계자는 "대주주가 보유지분을 계열사에 3%씩 넘긴 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며 "최근 주총에서 경영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감사위원 후보가 개인주주 다수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표 대결에서 아깝게 부결되는 사례가 나온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지배구조 개선(밸류업) 차원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강화 방침에 적극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상장사, 회계업계 등과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고 이르면 오는 9월 지배구조 우수 기업 세부 조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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