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9일부터 자본시장법상 리니언시(Leniency,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전면 시행된 이후 이를 활용해 수사 재판에 협조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사건에서 주로 활용되던 리니언시가 내부자 거래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서도 본격 활용돼 관련 수사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리니언시는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위반 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타인의 죄에 대해 진술·증언하는 경우 형사 처벌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제448조의2(형벌 등의 감면)가 신설되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에 적용 가능하게 됐다.
24일 법률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사건 수사와 관련해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검찰에 리니언시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문장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구속)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김 창업자의 혐의와 관련된 진술을 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인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사 당국에 협조해 일관된 진술을 하면, 검찰은 범죄 규명 기여도 등을 따져 형 감면 대상자인지 등을 판단해 리니언시 적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리니언시가 적용되면, 검사는 신청인에 대해 구형을 최대 절반까지 감경할 수 있다. 신청인이 취득한 부당이득을 전부 반환하면, 기소유예 등의 불기소 처분도 가능하다.
올해 리니언시가 시행되면서 이 건 외에도 검찰에 리니언시를 신청한 사례가 여러 건이 있으며, 최근 리니언시를 문의하는 피의자 측 변호사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리니언시 신청 사례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의자 신변보호 차원에서 어떤 사건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리니언시를 신청한 내부고발자가 최종적으로 형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형 감면을 위해 리니언시를 악용한다는 신뢰성 공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리니언시가 은밀히 이뤄지는 내부자 거래나 주가조작 사건 등에서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 범죄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조직화되는 반면 당사자들 사이에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진상규명과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리니언시를 활용할 경우 내부자를 통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
리니언시가 전면 도입된 것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공정거래법상 담합 사건에 쓰이던 형사 리니언시가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로도 확대된 것이다. 은밀하게 이뤄져 내부자의 협조가 없으면 수사가 까다로운 시세조종·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자본시장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리니언시 신청인이 수사·재판과정에 협조할만한 유인책으로 쓰기에는 형벌감면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리니언시 신청인의 입장에선 기소유예 처분 등이 수사에 협조할 만한 가장 큰 유인책이 될 것인데, 기소유예 요건이 까다롭다”며 “법 감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세부적인 운영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아직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돼 실무상에서 활용된 사례가 드물다”며 “카카오 사건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제도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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