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축제는 다시 ‘가고파’… 창원의회, 명칭변경안 가결

마산국화축제→마산가고파국화축제

경남 창원 ‘마산국화축제’ 명칭이 진통 끝에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바뀌게 됐다.


창원시의회는 지난 22일 오후 제13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마산국화축제 명칭 변경 내용을 담은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대안)을 가결 처리했다.

경남 창원시의회 제13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마산국화축제 명칭 변경 내용을 담은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이세령 기자

경남 창원시의회 제13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마산국화축제 명칭 변경 내용을 담은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이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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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조례안 원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환경도시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첨예한 찬반 대립과 지역사회 의견수렴 및 시의회 내 숙의 기간 부족 등을 이유로 위원장이 회의를 속개하지 않으면서 안건 상정은 불발됐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 조례안 대안을 제출했고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 표결로 이어졌다.


대안은 재적 45명 중 43명이 재석한 가운데 찬성 24명, 반대 18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시의회 구성은 국민의힘 27명, 더불어민주당 18명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 박해정 의원에 의해 개정 조례안 및 대안 보류안이 제시됐으나 찬성 18명, 반대 24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가고파는 옛 마산 출신 문인인 노산 이은상 시인이 고향 마산만을 떠올리며 지은 시에 김동진 작곡가가 곡을 붙여 만든 가곡이다.


그러나 시인의 예술적 업적과 별개로 친독재, 반민주 행보를 걸었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쟁이 지속되다 최근 창원시가 현재 마산국화축제를 2005년 공모로 정했던 마산가고파축제란 이름으로 환원할 의지를 드러내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창원시 문화환경도시위원회 정순욱 위원장이 조례안 미상정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창원시 문화환경도시위원회 정순욱 위원장이 조례안 미상정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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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찬반 갈등을 빚어온 여야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포함해 조례안 찬반 토론에서도 의견 충돌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남재욱 의원은 “민주화의 성지이자 산업화 성지인 창원에서 어느 한쪽의 가치만으로 지역 정체성을 규정하는 건 역사 발전에 대한 시·도민 헌신과 희생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항일 독립운동으로 건국훈장까지 받은 노산 이은상 선생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노산 선생의 시 제목 가고파를 지역축제에 쓰면 안 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가고파국화축제는 국내외 관광객과 시민에 의해 정해진 이름이었다”며 “마산국화축제 명칭을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환원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과 창원시민이 만들어낸 가고파라는 명칭을 지킬 수 있게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박선애 의원은 “소관 상임위원장이 위원장 직권으로 본 조례를 상정하지 않았다”며 “일부 좌 편향 단체 압력에 노산 선생의 가고파가 이념의 대상에 왜 오르냐”고 반문했다.


구점득 의원도 “나쁜 역사도 좋은 역사도 역사이다. 기성세대가 역사를 재단해서 한쪽으로 매장하면 미래세대에서 남는 것이 무엇이냐”며 “가고파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가고파를 알아보다 보면 노산의 행적과 3.15정신, 4.19혁명까지 연결돼 창원의 역사 공부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순욱 의원은 “상임위에서 상정하지 않은 건 조례안 제안이 6월 3일 마감됐는데 제출이 7월 1일 이뤄진 것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노산이 어떻다 하는 것 때문에 상정하지 않은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순규 의원은 “이은상은 마산에서 일어난 3.15의거를 무모한 흥분,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라고 칭했다”며 “민간 영역에서 그의 문학성을 높이 평가한다면 말리지 않겠으나 국화축제에 가고파를 붙이는 건 아니다. 성공을 바란다면 축제 명칭 변경은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산국화축제 명칭 변경 내용을 담은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대안)을 가결 처리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마산국화축제 명칭 변경 내용을 담은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대안)을 가결 처리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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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직전 회의장 입구에서 직권상정 결사반대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던 민주당 시의원단은 조례안이 통과되자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들은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반기 의회 출범 22일 만에 의회를 파행시킨 손태화 의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손 의장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대안 직권 상정 과정에서의 의회 규칙과 내부 조례안 발의 기준 위반 등에 대해 법률 자문을 거쳐 향후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3.15의거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연대도 조례안 통과를 비판했다.


마산지역 40여개 단체가 연합한 바른창원시민연합은 “항일독립유동자에 대한 예우는커녕 카더라 식으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이야기를 확산하는 이들을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며 사자 명예훼손 고소, 정순욱 위원장 규탄대회 개최, 문순규 의원 대상 주민소환제 절차 시작 등을 예고했다.


마산국화축제는 2000년 마산국화축제로 시작돼 2005년 국제적 명칭 공모를 통해 2018년까지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불렸다.


이후 2019년 문화관광체육부의 축제 명칭 간소화 의견을 반영해 마산국화축제로 바뀌었으나 이날 조례안 통과로 올가을부터 다시 마산가고파국화축제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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