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113)의사가 만든 혈당 케어…"AI 주치의로 환자 10억명 관리"

의사 출신 창업가 양혁용 랜식 대표
AI 혈당 관리 솔루션 '글루코핏' 개발
내년 매출 500억 목표…日 진출 계획
"데이터 모아 '손안의 주치의'될 것"

AI 혁명- 양혁용 랜식 대표가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un21@

AI 혁명- 양혁용 랜식 대표가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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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혁용 랜식 대표는 한때 반복되는 요요현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살을 빼도 금세 원래대로 돌아갔다. 체중이 100kg을 넘고 당뇨 전 단계까지 가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책과 논문을 뒤지던 그의 눈에 들어온 키워드는 '혈당'.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포도당이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된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칼로리 높은 음식보다 혈당을 올리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 대표가 다이어트 식단으로 즐겨 먹던 고구마는 혈당을 올리는 주범이었다. 같은 탄수화물이지만 고구마를 현미밥으로 바꾸니 체중 감량에 속도가 붙었다. 그렇게 6주 만에 10kg을 뺀 양 대표는 인공지능(AI) 혈당 관리 솔루션 '글루코핏'을 개발했다.

2022년 11월 출시한 글루코핏은 양 대표의 8번째 사업 아이템이다. 창업에 관심이 많아 의대생일 때부터 이런저런 사업에 도전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아프기 전부터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양 대표가 의사 면허를 딴 후 병원이 아닌 랜식 사무실을 차린 이유다.


글루코핏은 500원짜리 동전만한 연속혈당측정기(CGM)로 데이터를 모은다. CGM을 팔에 부착하면 센서가 피부 조직 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한다. 이 데이터를 글루코핏 앱으로 연동해 채혈 없이 혈당을 실시간 측정하고 이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CGM을 4주간 부착한 뒤에는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혈당을 예측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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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점은 개인화된 솔루션이다. 기존 혈당측정기가 이미 혈당이 오른 뒤 그 결과를 제시하는 것에 그쳤다면 글루코핏은 어떻게 하면 혈당이 오르지 않는지 알려준다. 시리얼과 닭가슴살을 먹은 이용자에게 시리얼을 20% 줄이고 닭가슴살을 10% 늘리면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고 코칭하는 식이다. 특정 브랜드 데이터에 기반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면 베이컨 토스트 대신 치아바타를 먹는 게 좋다고 권한다. 혈당이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는 스쿼트 미션을 내걸기도 한다.


지금까지 글루코핏은 이용자 1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국내 당뇨 환자 600만명, 당뇨 전 단계인 1500만명을 넘어 체중 감량, 건강 관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타깃이다. 양 대표는 "당뇨, 고지혈증 등 10억명에 이르는 대사 질환자를 비롯해 다이어트, 헬스케어까지 포함하면 시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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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강북삼성병원과 손잡고 삼성 계열사 직원에게 혈당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 상품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형 보험사와도 협의 중이다. 피트니스센터 이용권이나 건강기능식품과 연계해 판매하는 등 사업 파트너를 넓히고 있다.

해외 시장도 두드릴 생각이다. 내년까지 매출 500억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본격적으로 일본 진출을 준비할 예정이다. 일본의 경우 2형 당뇨 환자 대상으로 CGM에 보험을 적용하는 등 진입 문턱이 낮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중장기 목표는 'AI 주치의'다. 혈당 데이터로 시작했지만 건강 검진 데이터, 수면 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를 모을 생각이다. 다양한 데이터로 AI를 고도화해 개인화된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양 대표는 "10년 뒤에는 식단부터 운동, 수면, 스트레스 등 일상 전반에서 대사를 관리해주는 손안의 주치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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