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너무 빠르다는 경고를 날렸음에도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시장금리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오전 10시14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오른 3.047%에 거래 중이다.
전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1bp 내린 연 3.035%에 장을 마치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2022년 8월2일 3.012%를 기록한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저치기도 하다. 연 3.5%인 기준금리와 비교했을 때 시장금리가 두차례 가량의 인하분을 반영하는 중이다.
국고채금리는 지난 11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금리인하 소수의견도 나오지 않으면서 전거래일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당시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다소 과도하게 선반영하고 있다"며 "현재 당면한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면서 시장금리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한은 총재의 경고성 발언에도 국고채금리는 다음날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3년물 기준 지난 12일부터 전일까지 사흘 연속 하락했다.
이는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국내 시장은 한국보다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에 확신을 갖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10일 하원 청문회에서도 "금리인하가 너무 늦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파월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100%로 봤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국내 채권시장에도 퍼지고 있다는 평가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Fed의 연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는 등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공고해졌다"며 "국내 채권금리는 이같은 대외 요인이 연동되며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와 물가 둔화, 파월 의장 발언 등을 고려하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에선 연내 세 차례 인하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국내 채권금리도 연동되면서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가 더욱 확실시돼 내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미뤄지긴 했지만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채권 매수세가 이어지는 요인이다. 안 연구원은 "국내 금리인하 시점은 미뤄졌지만 총재가 연내 인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며 "이후 외국인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진 점이 국채금리 급락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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